충남 서산에서 가장 높은 산은 가야산(677m)이다. 정상에 오르면 서해 바다가 멀리 아련하게 펼쳐지고, 곳곳에 마애삼존불을 비롯해 보원사지·개심사 등 적지 않은 백제 유산을 품고 있어 매년 등산 또는 관광을 목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찾는 유서깊은 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삼존불이 있는 운산면에 특이한 펜션이 눈에 띈다.
'백제의 미소펜션'(www.bjsmile.com)이다. 초가와 기와 지붕을 얹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펜션이라기보다 작은 마을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산=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140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마애삼존불상을 만나는 입구에서 덕산온천 방면으로 약 2㎞쯤 가면 왼쪽 언덕 위에 최근 지어진 듯한 작은 성곽을 만난다. 입구에는 '백제의 미소펜션'이란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입석과 길가에 한창 건축 중인 대형 기와 목조건물, 석곽 위 작은 누각이 아니라면 너무 조용해 그냥 지나치기 쉬워보였다.
그러나 작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입이 쩍 벌어질 만한 경관을 만나게 된다. 빛이 바랜 초가지붕이 얹어진 건물과 기와 건물 등이 늘어서 있고, 각 건물에는 참나무 장작이 작은 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레는 허리까지 올라올 만한 높이로 돌을 쌓아 성곽을 만들어놓았다.
단지 내 건물은 모두 13채.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초가집, 다른 쪽에는 기와집들이 둘러서 있다. 건물 처마에는 무왕궁·온조궁·의자궁·무령궁·위례성·웅진성·사비성 등 백제와 연관된 이름을 붙인 현판이 붙어 있다. 백제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간다면 영락없이 약 1400년 전으로 돌아온 것이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연못 주변으로 140여 점의 분재가 분위기를 돋우고, 각 건물 앞에 너와지붕을 얹은 건물과 오석으로 만든 탁자·의자와 바비큐 장비가 이곳이 펜션임을 알리는 징표가 되고 있다.
■건강 도움되는 황토방
펜션의 가장 큰 특징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황토방이란 점이다. 모든 건물의 기둥은 물론 대들보·서까래까지 수백년된 안면도 소나무를 사용했고, 40~60㎝ 두께로 황토벽을 만들었다. 전통 방식으로 구들장을 깔고 그 위에도 역시 황토를 얹었다.
또한 아랫목에는 약 3㎝ 두께의 돌판을 깔았다. 장작을 이용해 군불을 떼면 황토 찜질방 못지않은 열기로 방 안이 후끈거린다. 특히 가열된 돌판 위에 이불을 얹으면 돌침대가 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찜질 효과도 볼 수 있게 된다.
단지 뒤편에는 대형 연회장 두 동이 있다. 단체 손님을 위한 배려다. 그리고 입구에 건설 중인 대형 건물은 펜션 손님 뿐 아니라 오가는 여행객을 위한 식당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황토 펜션이란 입소문을 타고 오픈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예약이 밀려들고 있다. 임종희(47) 사장은 "예약은 필수다. 그래야 입실 몇 시간 전에 군불을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약 5만 1000㎡에 꾸며진 펜션의 객실은 4인실(33㎡)에서 18인실(99㎡)까지 다양하다. 요금은 10만~33만원(주말 기준)이다. 041-663-0890.
- 주변 가볼 만한 곳 ■마애삼존불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가운데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 작품으로 얼굴 가득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어 '백제의 미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빛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보이는데,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읽을 수 있다. 석가여래입상을 중심으로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고풍리에서 백제의 미소 펜션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닿는다.
■개심사
규모는 작지만 인근에서 가장 유서깊은 사찰로 꼽힌다. 충남 4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 백제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본전인 대웅전의 기단만이 백제 때의 것이고, 현존 건물은 1475년(성종 6년)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9년 후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15분 정도 가면 이른다. 입구는 직사각형의 작은 연못 주위로 커다란 낙엽송이 도열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애삼존불에서 고풍리 방면으로 가다 647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해미 방면으로 가다 상왕산으로 방향을 돌려 약 4㎞ 더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