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불면의 고통을 모른다고 한다. 불면증 때문에 3년을 헤맨 이동연씨는 "불면증은 있고, 불면은 없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잠을 자면서도 불면증으로 고생했다는 억울함 때문에 '행복한 수면법'(평단 간)라는 책을 냈다. 잠은 천부적 권리다. 전쟁통에서도 잠을 잔다.
■누구나 15분은 잔다면?
잠을 자고 나면 잠을 자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다. 특히 뇌가 완전히 쉬는 15분은 누구나 잔다. 이 시간은 누구도 기억할 수 없다. 우리의 의식을 떠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불면증이 시작된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깨어나기 전에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렘 단계의 꿈과 자기 전에 힘들었던 기억들에 집착한다. 이런 사람들도 수면중 뇌파 검사를 해 보면 깊은 단계 15분에서 나오는 델타파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몸은 열심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 오래 잠을 못 잔 사람은 입면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이 단계로 빠져든다.
그는 "내 경험에 비춰 볼 때 불면증의 원인은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욕심이나 강박증이었다. 불면증은 정신적이다. 불면에서 삶의 또 다른 희망을 보았다. 오히려 불면은 생을 포기하려던 나에게 생존을 위한 카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불면증은 수면 장애라고 지레 짐작하고 걱정할 때 생기는 노이로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불면이 서서히 물러났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인구의 10%에 있다는 이를 갈거나 무호흡증 등 수면 장애 질환은 없었다.
현대 생활 자체가 숙면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는 "'… 때문에 못 잤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잤다'고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일어나자말자 "아, 잘 잤다. 개운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자. 애써 뒤척였던 순간들을 기억하지 말자. 꿈을 자주 꿀 때 좌우 번갈아 가면서 자면 꿈의 기억이 신기하게 지워진다.
■가수면으로 수면 질 높이기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에 적당한 피로가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열시히 일하고 열심히 걸어 기분 좋은 피로를 만든다. 지나친 피로는 자기 전에 푼다.
피로는 먼저 눈과 대뇌에서 온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가수면이다. 낮잠과 달리 10분 내외로 끝낸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는 느낌이다.
기자의 경우 오후 두세 시가 되면 글자가 겹쳐 보이면서 머리가 무거워진다. 좀 더 밀어붙이다가 순식간에 모든 일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돌멩이가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좀 더 깊이, 좀 더 깊이'를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모든 끈을 놓는다. '….'
멍해지면서 눈을 뜬다. 눈물이 나오면서 눈과 머리가 개운하다. 10분을 넘지 않는다. 잠을 잘 못 잤다고 느끼거나 과음한 다음 날에는 가수면을 취한다. 퇴근 시간에 차안에서도 가능하다. 대뇌의 피로가 풀리면 입면 시간을 줄여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점심 식사 후 산책하면서 햇볕을 쬐는 것이 도움된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양파 냄새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수면을 촉진시킨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그는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처럼 6~7시간을 자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박동선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원장은 "불면증은 정신적 측면이 강하다.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수면 패턴이 정상 범위에 든다는 것만 알려 줘도 불면증은 개선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