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한국학중앙연구소 가는 길은 가을냄새로 가득하다. 2차로 따라 우거진 가로수는 형형색색의 가을단풍이 한창이다. 좌로는 운중천을, 우로는 청계산을 끼고 단풍든 오솔길은 영화 속 배경처럼 로맨틱하다. 산 좋고 물 좋아 청계산 먹을거리촌에 대한 평가도 그야말로 쾌청하다.
'달뜨는 기와집'은 외관이 이름을 말해준다. 청기와를 얹은 건물 위에 노란 보름달이 휘영청 올라앉아 있다. 주메뉴는 한우 구이. 하지만 한정식이 인기다. 태극기를 내건 입구에서 느껴지 듯 모든 재료는 신토불이 유기농 재료다.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주인의 신념 때문이다. "저희 가게는 제 품위와 건강을 드립니다." 하지만 별난 주인은 물만큼은 에비앙을 쓴다. 믿을 수 있는 최고의 물로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수입산을 쓴다는 '죄책감'에 조만간 옥천의 금천게르마늄 물로 교체할 예정이란다.
정식을 시키면 단품 요리의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대추죽을 시작으로 쫄깃하고 달콤한 약선장육, 감자옹심이, 죽순, 논우렁 등을 넣은 들깨탕, 다진 대하살에 날치알을 섞고 위에 파프리카·흑임자 등을 올려 색을 낸 오색선 등 손을 많이 탄 깐깐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은비령 필래약수로 지어 비취빛이 도는 돌솥밥도 독특하다. 정식 1만5000원.
백합요리전문점 '일키로 칼국수'는 조개 마니아들에게 강추한다. 모든 메뉴는 조개류가 주재료다. '조개킬러'로 불리던 미식가 사장이 조개에 '올인'하여 만들어낸 메뉴들이다. 대표 메뉴 칼국수 한 그릇만해도 서해안 갯벌의 생조개 1kg 이상이 들어간다. 요즘은 제철이 아닌데다 생산량이 줄어 바지락을 사용하지만 양은 변화가 없다.
칼국수 말고도추천 메뉴가 많은데 대표 요리를 모두 맛보고 싶다면 백합찜을 시키면 좋다. 백합찜 한 양푼 외에 대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백합과 치즈, 야채를 넣고 바삭하게 구워낸 전, 마늘·고추·참기름을 백합과 무쳐낸 백합숙회, 초고추장과 양배추를 넣고 양념한 백합을 깻잎과 김·날치알에 싸 먹는 백합무침 등 푸짐 한 상을 내온다. 일키로 칼국수 6000원, 백합찜 4만~6만원.
간장게장전문 한정식이 대표메뉴인 '장모집'. 주중은 '싸고 맛난' 곳을 찾아 온 아줌마 부대, 주말은 외식을 나온 가족들로 늘 붐빈다. 게장정식을 시키면 내오는 찬이 '버라이어티'하다. 묵·수육·가지무침·김치볶음 등 18가지 찬을 내온다.
특히 울릉도에서 가져온 일명 부지깽이(섬쑥부쟁이) 나물 볶음은 흔히 맛볼 수 없는 메뉴. 직접 담근 간장게장 역시 짜지 않고 달근해 요즘 입맛에 딱이다. 게장을 비롯한 모든 반찬뿐 아니라 돌솥밥까지 100% 추가 가능하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장모님 인심다운'무한리필'이 바로 이집의 매력이다.
이 일대의 가장 오래된 집으로 '청계산 손두부집'이 꼽힌다. 허름한 외관이 15년의 역사를 말해준다. 하지만 맛 내공도 그만큼 깊다. 문을 연 첫날부터 콩을 불리고 갈아내는 일을 쉰 적이 없는 안주인. 이제는 딸과 함께 간수를 맞추며 두부를 만든다.
물을 많이 빼지 않아 두부가 부드러운 편. 틀로 모양을 찍지 않아 몽울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끓여낸 짭조름한 청국장 찌개도 담백하다. 모든 찌개류는 순두부를 누를 때 빠진 순물을 넣어 색이 노르스름하고 고소하다. 순두부 백반·청국장 백반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