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가 변하고 있다. 도박·마약·매춘 등으로 400년 넘게 어둠 속에 버려졌던 마카오가 이젠 관광·레저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1999년 12월 20일 중국 품으로 돌아간 마카오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주도 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이젠 과거의 묵은 때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카지노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마카오는 단순한 도박 도시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라스베이거스 자본도 대거 유입되고. 관광객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카지노 매출이 라스베이거스의 그것을 능가했다.
중국 반환 전까지 음울한 이미지로 잠깐 들렀다 가는 도시였던 마카오는 이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기에 이르렀다. 이틀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보지 못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생동감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마카오의 중심 세나도 광장
중국 3대 강 가운데 하나인 주장 삼각주 유역에 자리한 마카오는 마카오반도와 타이파·쿨로아네섬으로 이뤄진 작은 도시다. 면적이 23.8㎢로 서울 종로구와 비슷하고. 인구는 약 52만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하루 이틀이면 볼만한 곳은 대부분 돌아볼 수 있다.
1557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후 440여 년 동안 유럽과 중국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이 때문에 시내 곳곳에는 유럽풍의 분위기가 강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세나도 광장.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바닥에 깔린 타일이나 주변 분위기가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광장 주변을 돌아보면 마카오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광장 한가운데 분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골목길이 뻗어 있는데. 커피 전문점·명품 패션 전문점 등 서양식 풍경과 중국 음식점·식료품점 등이 섞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광장을 돌아보고 나면 거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중국인이 분명한데 전혀 중국스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50여 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변화의 중심 타이파 섬
마카오는 마카오반도 남쪽 타이파섬과 쿨로아네섬 사이를 매립. 수백만㎡의 새로운 땅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9개의 매머드급 카지노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나는 이미 오픈했고. 나머지는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라스베이거스 스타일로 꾸며지는데. 카지노 외에 대형 컨벤션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의 리조트 단지로 탈바꿈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 마카오는 시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 외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타이파섬 개발 후에는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가능한 콤플렉스가 지어졌고. 이곳에서 세계 유명 서커스단의 장기 공연도 예정돼 있다. 지난주 테니스 스타 피트 샘프라스(미국)와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한국을 거쳐 시범 경기를 가졌던 장소도 이곳의 테니스 코트였다.
타이파섬에서 영업 중인 카지노 호텔은 베네치안 마카오 호텔 리조트가 유일하다. 지난 8월 오픈한 베네치안은 객실만 3000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 호텔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안처럼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테마로 꾸며졌고. 실내는 화려한 금장과 대리석 등으로 장식됐다.
특히 2층에 꾸며진 그랜드 커넬이 압권이다. 천장은 푸른색으로 인공 하늘을 만들었고 그 아래에는 운하가 흐른다. 1인당 120홍콩 달러를 내면 곤돌라이어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1시간 동안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여행할 수 있다. 주변 거리에는 100여 개의 숍·레스토랑·카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1층에는 대형 카지노가 들어섰는데. 800개의 테이블과 6000여 대의 슬롯머신이 24시간 가동된다.
마카오에는 베네치안을 포함해 27개의 카지오가 있다. 이들의 매출액은 신고된 액수만 한 해 7조원. 라스베이거스(4조원)의 매출을 훨씬 뛰어넘었다. 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이보다 10배 가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마카오반도의 MGM그랜드호텔과 타이파섬의 나머지 8개 호텔이 모두 완공되면 매출액은 천문학적인 액수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