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돼지해라며 요란한 출발을 보였던 2007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가는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을 때다.
집에서도 좋지만 여행지에서의 송구영신이 이젠 대세다. 겨울바다도 좋고. 눈 덮인 산사의 숲길도 괜찮다. 장소가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따진다면 선택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알맞은 여행지를 추천했다.
▲겨울바다와 고찰 산책-전북 부안
전라북도는 겨울철이면 강원도 못지않게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특히 부안은 서해안고속도로 부안나들목이나 줄포나들목을 이용하면 접근하기가 쉽고 사찰·바다·별미 등을 골고루 갖춰 겨울 여행지로 좋다.
변산반도 일주를 시작하면 꼭 거치게 되는 곳이 곰소항이다. 일제강점기 때 줄포항이 토사로 인해 수심이 점점 낮아지자 그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대규모 젓갈단지가 조성돼 젓갈쇼핑을 겸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내소사(063-583-7281)는 매표소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과 유사하다. 그 숲길에서 여행자들은 청신한 기운을 얻고 깨달음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키 큰 나무들은 저마다 눈을 가득 이고 있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여행객들의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자비의 눈꽃을 흩뿌려준다. 백제 무왕 34년(633)에 창건됐으니 1400년 가까운 역사를 품은 절 내소사. 대웅보전·설선당·봉래루·요사채 등의 전각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빛바랜 대웅보전이 머리에 하얀 눈을 소복히 쓰고서 겨울 바람을 맞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구도자의 형상이다. 수령 1000년을 넘은 당산나무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찬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겨울바닷가를 거닐고 싶다면 모항 해변이나 격포항. 채석강 등. 드라마의 명장면들을 회상하고 싶다면 영상테마파크로 이동하면 된다.
영상테마파크(063-583-0977)는 13만여㎡의 부지에 조선중기 시대를 재현한 왕궁·사대부가·한방촌·도자기촌·공방촌·시전거리 등 오픈촬영시설이 갖춰진 사극종합 촬영장이다. 여기에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태양인 이제마’와 영화 ‘왕의 남자’가 촬영됐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063-580-4208).
▲최초 성경 전래지 답사 및 일출·일몰 감상-서천
성탄절에는 종교를 떠나 마량포구 안의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에 일반 여행객들이 한번쯤 찾아가서 의미를 되짚어보기에 좋은 곳이다. 충남 서천은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하고. 겨울철새도 만나고. 갈대밭 산책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조선 순조 16년(1816) 9월 6일 영국의 맥스웰과 바실홀 해군 대령이 각각 리라호와 알케스트호를 타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탐사하는 도중 서천 마량리에 정박. 마량진첨사 조대복에게 성경을 전달했다. 이것이 한국 최초로 성경이 전래된 사건이며 이는 2003년 이후 세 차례의 고증 세미나를 통해 한국 사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영국측 기록을 보면 성경의 장정에 관심을 보였던 조대복은 처음에 성경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배가 떠나려할 때 다시 권하자 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기념한 비석이 마량포구에 세워져 있다.
마량포구 일대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니 하룻밤을 군 내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다. 일몰 감상지는 마량포구 대신 동백정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둘째날 아침에는 서천해양박물관(041-952-0020)을 관람하는 것이 코스다. 서천해양박물관은 희귀어종을 포함해 약 15만 점의 바다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어 금강철새탐조대로 이동한다. 1990년 이후 해마다 철새가 날아들던 금강하구둑 부근에는 1995년 이후부터는 수심만 마리의 새들이 찾아오면서 안정된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았다. 겨울이면 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흑부리오리·가창오리·기러기 등이 찾아온다.
신성리 갈대밭은 약 50만㎡ 규모. 제방도로의 길이로 치자면 1.5㎞ 가량 된다. 이곳에 이처럼 갈대밭이 훌륭하게 조성된 이유는 금강 하류 지역이라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당하고 범람의 우려로 강변 습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의 스산한 분위기를 맛보기에 좋은 곳이다.
대전시 서구의 장태산자연휴양림(042-585-8061)은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메타세콰이어가 울창한 곳이다.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숲길. 발자국 소리만이 겨울의 정적을 깨뜨릴 뿐이다. 가족여행이라면 대전시내의 과학 관련 박물관들이나 선사시대 체험 박물관을 만나보자. 유성온천에서의 온천욕으로 여행을 마무리한다.
겨울철 하늘로 곧게 뻗어나간 메타세콰이어 숲길 산책은 참으로 독특한 맛을 안겨준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평지형이라면 이곳은 산지형이다.
장태산휴양림이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한 독림가의 정성이 숨어있다. 논산 출신으로 한국전쟁 시 육군소대장으로 참전하기도 했던 고 임창봉선생(1922~2002)은 1972년부터 이곳 장태산에 2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선생이 타계하자 대전시에서 휴양림을 인수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보존해오고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적당한 숙소로는 까치실·제비실·뻐꾸기실·참새실 등을 보유한 숲속 수련장과 감나무집·대나무집·밤나무집·벚나무집·잣나무집·전나무집·참나무집·향나무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숲속의 집이 있다.
과학기술의 전당인 국립중앙과학관(042-601-7894)은 우리 나라의 첨단과학기술·기초과학·과학기술역사·자연사 등을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국가기관이다. 상설전시관을 중심으로 천체관·특별전시관·영화관·탐구관 등이 배치돼 있다.
화폐박물관(042-870-1000)은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우리나라와 해외의 화폐·유가증권·역사적 사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주화역사관. 제2전시실은 지폐역사관. 제3전시실은 위조방지홍보관. 제4전시실은 특수제품관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지질박물관(042-868-3115)은 국내 유일의 지질 전문 박물관이다. 1층 전시실은 ‘지구의 개관’. ‘화석과 진화’. ‘인간과 지질’을 주제로. 2층 전시실은 ‘암석과 지질구조’. ‘광물과 인간’. ‘환경과 지질’을 주제로 꾸며졌다.
대전선사박물관(042-826-2814)은 대전시가 운영하는 선사시대 전문박물관으로 노은선사문화관을 포함.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총 5개의 전시실. 체험자료실이 있으며 야외체험장도 갖추고 있다.
대전시민천문대(042-863-8763)는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데 주간에는 태양 관측. 야간에는 행성과 달·성운·성단·은하 등의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연인들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 1층은 천체투영관. 2층은 우주 관련 자료실. 3층은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로 이용된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도 주고받으면서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거나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기 좋은 시기이다. 사랑을 테마로 한 여행지로는 단연 춘향의 고장 남원이 손꼽힌다. 임실 치즈마을로 가서는 치즈만들기. 송아지우유먹이기 등을 해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춘향전은 ‘한국인이 낳은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한국의 100대 민족문화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사랑의 계절인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춘향의 고장 남원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먼저 광한루원을 산책해 보자. 춘향의 사랑이야기가 깃든 광한루원은 춘향과 이몽룡이 만나 사랑을 맺은 광한루를 중심으로 호수와 오작교가 있다. 한복을 빌려입고 잠시나마 춘향과 이몽룡이 되어 기념사진 한 장 남기면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춘향테마파크로 이동하면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세트장.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과 월매집을 볼 수 있으며 관광객이 직접 붓글씨를 써볼 수 있는 글방. 춘향의 옥중생활을 재현한 옥사정. 춘향전 미니어처. 사랑을 맹약하는 사랑의 담장 등도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이 밖에도 남원시의 국립민속국악원(063-620-2306)에서는 12월 27일. 단 하루 송년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7시부터 2. 3인의 소리꾼이 무대에 서는 판소리입체창 형식의 공연이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입장료 무료)
실상사나 만인의총. 황산대첩비 등 남원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하룻밤을 묵은 다음날 아침 일찍 남원군 윗편에 자리한 임실군의 옥정호를 찾아가본다. 옥정호는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과 정읍시 산내면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이다. 일교차가 큰 날 아침이면 옥정호가 물안개로 휩싸인다. 옥정호 물안개 촬영 포인트는 국사봉 중턱에 있는 전망대이다. 이곳에서는 드넓은 옥정호를 감싼 산줄기와 수면을 가득 채운 물안개의 신비로운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임실 치즈마을(063-643-3700)은 치즈만들기체험으로 유명해진 마을이다. 치즈만들기·초지낙농체험(눈썰매타기·송아지우유먹이기)·치즈돈가스 점심식사로 이어지는 기본체험 비용은 1인당 1만 6000원이며. 선택 체험으로는 산양젖짜기와 산양유시음(3000원). 산양유를 이용한 비누만들기(4000원). 방앗간체험(쌀 도정 견학 및 우렁이쌀 750g 가져가기. 3000원) 등이 있다.
와인은 사랑의 묘약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 모임에 잘 어울리는 술이다. 경상북도 청도의 와인은 포도가 아니라 청도 특산물인 감으로 만든 것이라서 주목을 끈다. 와인터널을 구경하고 그 자리에서 감와인을 시음해보는 여행은 겨울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린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로 가면 ㈜청도와인(054-371-1100)의 와인터널이 있다. 이곳은 대한제국 말기에 경부선 철도용으로 뚫었다가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둔 터널로 명칭은 송금리터널이다. 붉은 벽돌로 만든 터널이 1.1㎞ 정도 이어진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 와인숙성고로 안성맞춤. 이 와인터널에서는 10만병의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청도반시를 원료로 한 감와인은 2005년 11월 부산APEC정상회의 만찬주로 선정되어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와인터널 입구에는 시음장이 마련돼 주말 연주회가 열리는가 하면 청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와인터널 시음체험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시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시음으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을 한 병 주문해서 마셔도 좋다. 회사 관계자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이 감와인의 장점’이라며 육류와 생선류로 만든 모든 요리와 한식에도 잘 어울린다고 자랑한다.
청도와인측은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감와인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음악회’를 갖는다. 클래식·시조낭송·재즈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200명의 소수 인원만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참가신청은 청도와인 홈페이지(www.gamwine.com)에서 선착순으로 예약받는다.
감와인을 맛본 다음에는 청도석빙고(화양읍 동천리). 운강고택(금천면 신지리). 운문사(운문면 신원리) 등을 차례로 답사해보길 권한다. 청도 석빙고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으며 현재 남한에 남아있는 여섯 개의 석빙고 중 축조연대가 가장 오래됐다. 운강고택에 가면 조선 후기 경상도 지방 양반가의 규모를 살펴볼 수 있다. 건물은 모두 9동 80여 칸에 이른다. 만화정은 운강고택의 부속 건물로 운강 박시묵이 1856년경 건립한 정자이다.
신라 진흥왕 18년(557)에 창건된 운문사는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5계를 전했던 곳이다. 고려 때 일연이 머물며 중화사상에 물든 삼국사기에 맞서 단군신화로 시작하는 삼국유사를 저술. 몽골 치하에서 피폐한 민족혼을 북돋웠던 곳이기도 하다. 운문사에는 문화재가 즐비하다. 대웅보전·금당 앞 석등·구리항아리·원응국사비·석조여래좌상·사천왕석주·삼층석탑이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경내의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이다. 운문사가 들어앉은 자리는 정감록이 꼽은 10대 명승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청도군 여행 마무리를 온천욕으로 하고 싶다면 용암온천(화양읍 삼신리)을 찾아간다. 청도용암웰빙스파(054-371-5500)라는 업체가 온천욕장을 운영 중이다. 바데풀·아쿠아테라피·각종 테마탕·체지방분해실 등이 설치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