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백두대간은 순백의 세상이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잎새를 모두 땅에 내려놓은 가지들은 대신 밤새 내린 눈을 두툼하게 인 채 몇 달 후의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펼치는 순백의 세상은 신록 못지않은 장관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발품이라도 팔면 좋으련만 어지간해선 눈덮인 겨울산 등반이 언감생심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이 '통신'을 위해 백두대간 여기저기 생채기를 낸 고갯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동 수단이 문제였다. 일반 승용차로는 위험해보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4륜 구동 차량이 제격이다.
때마침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주말 크로스오버차량(CUV) QM5 2.0 cdi 4WD의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를 가졌다. 코스는 평창군 장평에서 운두령과 구룡령 등 백두대간의 대표적 험로를 서에서 동으로 관통, 양양까지 이어지는 약 120㎞ 구간이었다. 눈내린 백두대간의 겨울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QM5는 지난 1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평창·홍천·양양=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흑백의 풍경 연출하는 운두령
지난주 전국적으로 눈이 내렸다. 특히 강원도 영서지방은 최고 8㎝의 눈이 쌓여 하얀 눈세상을 연출했다.
눈이 그친 7일 장평을 출발한 테스트 드라이브 차량 20대는 31번 국도를 이용해 운두령으로 향했다. 2차선의 좁은 도로지만 새벽까지 눈이 내렸나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
하지만 이승복 기념관을 지나 '운두령 800m'이라고 해발 고도를 알리는 이정표에 이르자 염화칼슘과 모래를 뒤집어쓴 도로는 고갯마루를 향해 구불구불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고, 주변에 쌓인 눈은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듯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4륜 구동의 힘을 실은 테스트 드라이브 차량은 힘차게 잘도 나간다.
이렇게 10여 구비를 돌자 어느덧 평창과 홍천을 가르는 해발 1089m의 운두령 정상이다.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계방산(1577m) 능선인 운두령은 하얀 눈세상이었다. 전날 오후부터 내린 눈은 길을 제외한 모든 것을 뒤덮었다.
키 작은 전나무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래로 축 쳐졌고, 밤새 바람에 시달린 앙상한 가지에는 신비로울 만큼 투명한 눈꽃이 영롱한 빛을 띄고 있었다. 눈에 비치는 풍경은 마치 흑백 필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 흰색과 검은색뿐이었다. 하늘마저 구름을 채 걷어내지 않아 짙은 회색을 띄고 있었다.
운두령 휴게소에 발을 디딘 여행객들은 모두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주인공들이었다. 남자는 시마무라였고, 여성은 고마코 또는 요코였다.
운두령을 뒤로한 채 홍천군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길에만 시야를 고정한 채 급하게 고갯길을 올랐던 것과 달리 속도를 대폭 줄였던 까닭이다. 그러다보니 환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린 눈이 펼쳐놓은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휘갈긴 선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과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산골을 지나다
운두령을 벗어난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는 창촌삼거리에서 우회전, 56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 길은 홍천군 내면을 질러 가을이면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구룡령을 지나간다. 내면은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등장하는 일곱군데의 피난지인 '3둔 4가리' 중 생둔·월둔·달둔 등 3둔을 품고 있을 만큼 오지 중 오지이다.
구룡령은 동서로 삼봉자연휴양림과 미천골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다. 이들 휴양림도 겨울잠을 자고 있어 호젓함을 누리기에 제격이다. 내면의 삼봉자연휴양림에는 삼봉약수가 유명하다.
가칠봉·사삼봉·응복산 등 세 개의 산을 사이에 두고 솟아난다 해서 이름 붙여진 약수는 철 성분으로 인해 비릿하면서도 탄산 덕분에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국도에서 휴양림까지 약 4㎞의 비포장도로에는 눈이 덮여있지만 4륜 구동 차량 덕분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삼봉휴양림을 지나면 곧바로 구룡령(1013m)의 시작이다. 정상은 운두령보다 조금 낮지만 가파르지 않아 도로사정이 훨씬 양호했다. 덕분에 좌우로 따라오는 백두대간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구룡령을 넘으면 양양이다. 바닷가가 멀지 않지만 아직은 심심산골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쪽. 멀리 설악산 대청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장쾌하다.
약 10분 고갯길을 내려오면 평탄한 길에 이른다. 제법 잘 닦여진 길은 굽이굽이 고개를 넘느라 피로에 지친 나그네의 심사를 조금 달래준다. 이 길을 따라 미천골휴양림을 지나면 송천리떡마을에 이른다. 떡메를 쳐 인절미 등 전통떡을 만들기도 하고, 구입할 수도 있어 양양을 찾는 관광객은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송천리떡마을을 지나 동해안 손양면 오산리에 자리한 대명리조트 쏠비치에에서 막을 내렸다.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 강원도의 대표적인 겨울풍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였다. 4륜구동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해가 뜨는 고장 양양의 동쪽 끝 손양면 오산리에 이르면 대명리조트 쏠비치(www.daemyungresort.com)라는 별천지를 만난다.
지난 봄 오픈한 콘도미니엄과 10월 영업을 시작한 호텔로 구성된 쏠비치는 동해안 최고의 리조트 단지라 부르기에 손색없을 만큼 깨끗하고 화려하다.
단지 한 가운데 우뚝 선 5층 규모의 호텔(사진)은 가족을 위한 패밀리룸을 비롯해 6가지 종류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돼 있으며, 객실은 식당·커피숍 등이 들어선 둥근 돔형 라운지를 중심으로 복도를 따라 이어진다.
또한 지난 7월 개장한 콘도미니엄과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아쿠아월드, 사우나 등 편의시설도 다양하다. 1588-4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