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강한 작가”라고 칭했던 프랑스와즈 사강. 그는 1954년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단 한 편의 소설로 세계적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2004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가 히트하면서 “20세기 작가지만 21세기 감성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그가 재조명되었다. 영화 속에는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각 인터넷마다 주인공이 자신을 조제라고 불렀고, 그 이름과 대사가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에서 나왔다는 것에 주목하며 “사강이 누구냐”고 아우성을 쳤다. 20세기 전후 혼란한 시대를 산 젊은이들의 고독과 방황이 21세기를 사는 젊은이와 공감한 것이다.
1970년대 한국에 나온 그의 소설들은 현재 절판되었거나 번역 및 제본 상태가 부실하다. 출판사 측은 독자들의 이름으로 그의 책들을 리콜했다. ‘한 달 후 일 년 후’ ‘마음의 파수꾼’ ‘어떤 미소’(프랑스와즈 사강 지음·최정수 옮김·소담출판사·각 권 9000원)는 19세 때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한 이후 “운이 좋았다”는 질시의 시선을 떨어내고 또다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천재소녀’라는 평을 잇게 해준 작품들이다.
사강은 작품만이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주목받았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과 자동차 경주, 약물 중독 등 자유분방한 생활로 ‘사강 스캔들’이란 말까지 낳았다. 50대에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선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의 소설가 김영하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장인물인 사강을 필명으로 삼은 것처럼.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풍선/작별
도회적 새침함 속에 예민한 목소리를 숨기고, 경쾌하고 쉬운 언어로 삶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던 작가가 첫 산문집 ‘풍선’ ‘작별’을 동시에 내놨다. 영화나 책, 문화와 정치 얘기마저 자신의 생활로 녹여내는 작가의 쿨한 보고서. 명랑한 사랑과 외로운 너를 위한 책들이다. 전 2권. 정이현 지음. 마음산책. 각권 9000원.
●세상을 움직인 위대한 비즈니스 레터
세계적 경제지 포브스에 실린 빌 게이츠·J P 모건·잭 웰치 등 비즈니스 거장들의 편지를 묶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취미 생활자에게 이렇게 썼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당신들이 하는 일은 절도다.” 에릭 브룬 지음. 윤미나 옮김. 비즈니스맵. 1만 2000원.
●낯선 곳에서의 아침
1999년 출간된 구본형의 두 번째 자기 계발서 ‘낯선 곳에서의 아침’ 개정판.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킨 상생의 작업을 표방하는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모든 욕망을 걸어라”며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구본형 지음. 을유문화사.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