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추리퀴즈] TV 소리가 꺼진 후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은요일 요원이 출동했다.
최여진 교수의 연구실은 M대학 뒤편 외딴 장소에 위치한 1층 건물이었다. 최 교수는 어젯밤 자신의 연구실 텔레비전 앞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는 아침에 조교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동안 연구 자료가 담긴 컴퓨터 CD가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다. 최 교수는 오래 전부터 국방부와 손을 잡고 스텔스기를 찾아내는 새로운 레이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시체를 발견할 당시 출입문은 잠겨 있었다. 출입문은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겼고, 문을 열려면 비밀 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출입문 옆에 경비원이 상주하는 경비 초소가 있었다.
최 교수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같은 학과의 미국인 교수 스코필드였다. 스코필드의 연구실은 최 교수의 연구실 뒤쪽에 있었는데, 어제 저녁 7시 30분께 상의할 일이 있어 최 교수의 연구실에 10분 정도 들렸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최 교수가 분명 살아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비원의 진술도 일치했다. 경비원은 최 교수가 어젯밤 8시 무렵까지 살아 있었다고 증언했다.
“어제 저녁 8시 무렵이었습니다. 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평소에 조용히 지내시던 분인데…. 하여튼 제가 좀 조용히 해 달라고 출입문을 손으로 두드리자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군요.”
그 이후에는 아무도 최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았다. 경비원의 말대로라면 최 교수는 자신 이외에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누군가의 손에 목이 졸려 살해된 것이었다. 경비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것은 경비 초소 앞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최 교수 연구실은 두 칸의 방으로 되어 있었는데 출입문은 하나뿐이었다. 두 개의 방은 ‘ㄱ’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첫 번째 방을 통과해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 구조였다.
첫 번째 방은 출입문을 기준으로 좌측에 소파가 놓여 있었고 우측으로 창문이 나 있었다. 창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만 굵은 쇠창살이 처져 있었고, 창문 밖은 화단이었다. 화단을 통해 창문으로 접근하면 경비 초소에 있는 경비원의 눈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10㎝ 간격의 쇠창살 때문에 창문을 통해 사람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첫 번째 방의 오른쪽 구석, 그러니까 두 번째 방으로 건너가는 방문 앞쪽에 조교가 사용하는 책상 하나가 달랑 놓여 있었다. 조교의 그 책상 위에는 몇 권의 책, 약간의 화장품, 스탠드형 거울 하나가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조교의 책상 앞에 있는, 두 번째 방으로 통하는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두 번째 방은 문을 기준으로 정면에 텔레비전이 놓여 있었다. 시체를 발견할 당시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고 리모컨이 죽은 최 교수의 오른손 옆에 떨어져 있었다. 텔레비전의 좌측으로는 책상, 오른쪽으로는 책꽂이가 놓여 있었다. 최 교수가 쓰고 있는 두 번째 방은 창문조차 없었다.
“이 리모컨은 왜 여기 떨어져 있을까? 죽기 직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텔레비전을 끄는 순간 살해된 건가?”
은 요원은 꺼져 있는 텔레비전과 시체 옆에 떨어져 있는 리모컨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 텔레비전은 학교 측에서 교수들에게 기증한 제품이었다. 작년 학교 축제 때 똑같은 텔레비전 수십 대가 필요했는데 어느 전자회사로부터 기증받아 사용한 뒤 교수들에게 한 대씩 나눠 줬다. 하지만 최 교수는 연구실에서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방문 쪽을 향해 놓여 있는 것만 봐도 애초부터 텔레비전을 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 밀실에 틈이 있다면 첫 번째 방 창문이 열린다는 것이 유일한 틈일 것 같은데…? 하지만 두 개의 방이 ‘ㄱ’자 모양이어서 첫 번째 방 창문에서는 이쪽 방이 보이지조차 않는데?”
은 요원이 텔레비전 리모컨을 조사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최 교수의 지문이 전혀 없었다. 리모컨에는 가끔 텔레비전을 봤다는 조교의 오래된 지문밖에 없었다. 조교는 최 교수가 없을 때 최 교수의 방문을 열면 바로 텔레비전이 보임으로 방문을 열어 놓고 자신의 책상에 앉아 텔레비전을 봐 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지문이 없는 건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였다. 최 교수는 연구실에서 한 번도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텔레비전과 리모컨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던 은 요원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군!”
은 요원의 조사 결과 범인은 같은 학과 교수이며 외국의 스파이인 스코필드였다.
스코필드는 최 교수를 죽이고 어떤 방법으로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
■정답 및 해설
스코필드는 텔레비전과 텔레비전 리모컨을 이용해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스코필드는 7시 30분에 최여진 교수의 연구실에 들러 최 교수를 죽인 뒤 필요한 CD를 훔쳐 밖으로 나왔다.
그 뒤 자신의 방에 있던 텔레비전, 즉 학교 측으로부터 받아 최 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텔레비전과 똑같은 자신의 텔레비전 리모컨을 가져와 창문을 통해 리모컨을 방안으로 집어넣어 최 교수의 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하지만 창문에서 ‘ㄱ’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는 두 번째 방의 텔레비전까지는 일직선이 아니어서 리모컨의 적외선이 도달하지 못한다. 리모컨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스코필드는 미리 첫 번째 방의 조교 책상 위에 있는 거울의 각도를 조정, 리모컨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책상 위의 거울에 반사되어 텔레비전에 도달할 수 있게 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