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의 월드컵’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사이클대회)에서 한국의 이름을 떨치겠다.
지난 달 서울시청 사이클팀(감독 정태윤)이 국제사이클연맹(UCI) 컨디넨탈팀으로 등록했다는 자그마한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단신으로 처리된 이 뉴스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사이클, 특히 도로사이클이 비인기 종목인데다 이 종목은 유럽에서만 폭발적인 인기가 있고 유럽권에 비해 동양권의 실력이 너무 뒤떨어져 있어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청팀은 컨티넨탈팀 등록이 꿈의 무대인 ‘투르 드 프랑스’로의 첫 걸음을 띤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울시청팀은 올해 10개 가량의 아시아권 도로사이클 대회에 나가 포인트를 쌓은 후 사이클의 메이저리그인 유럽 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사이클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특히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디탈리아(이탈리아 일주 대회), 벨타 아 에스파냐(스페인 일주) 등 세계3대 사이클 투어대회를 비롯한 그랜드투어 참가는 동양권 선수들에게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마냥 꿈만은 아니다. 서울시청은 지난 해 아시아권 도로사이클대회에 5회 참가했다. 당시에는 정식으로 등록한 팀이 아니어서 공식적으로 포인트를 따지는 못했지만 성적은 단연 상위권이었다.
6월 자바컵대회에서는 단체종합2위, 스프린트 개인종합 1위, 2개 구간에서 1위를 차지했다. 7월 홍콩도로사이클대회에서도 단체종합 2위, 2개구간 1위 등 아시아권 최고팀들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지난 해 9월 열린 2007투르드코리아에서는 개인종합 1위(박성백), 산악왕(유기홍)을 휩쓸었고 단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유럽대회에도 초청 받을만한 실력이다.
서울시청은 컨티넨탈팀 등록을 계기로 올해 많으면 10개 대회에 참가할 각오다. 2월 아시아권 최고 권위의 투르 드 랑카위(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투르 드 타이완, 투르 드 홍콩-상하이, 투르 드 재팬 등에 참가해 본격적으로 유럽 진출을 위한 포인트를 쌓을 계획이다.
특히 이들 대회에는 유럽의 일부 프로팀까지 참가해 서울시청의 이름을 유럽 무대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서울시청팀의 간판은 박성백(23). 한국 도로사이클의 대들보로 투르 드 프랑스에 근접한 가능성에서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 초 UCI트레이닝센터 연수를 받을 당시 참여한 지로 이탈리아의 데 레지오니(U-23대회)에서 구간 3위에 들어 유럽 한 프로팀으로부터 간접적인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팀 간판인 박성백이 없을 경우 팀의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꿈은 일단 접었다. 자신이 더욱 분발해 팀을 유럽무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박성백은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 투르 드 프랑스를 꿈꿨다. 이탈리아의 이반 바소 같은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 클라이밍(산악을 오르는 것) 능력을 강화해 5년안에 반드시 투르 드 프랑스 완주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서울시청팀은 박성백 외에 평지와 스프린트에 강한 정정석(27·주장), 서석규(25), 박선호(24)등과 산악에 강한 공효석(22), 이원재(22), 이종민(21), 유기홍(20), 김구현(19) 등으로 이상적인 조합을 연출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해외대회 참가를 계기로 팀웍도 더욱 단단해졌다. 다만 아시아권 최고 컨티넨탈팀이 되려면 약 15명 정도로 멤버 확대가 필요한데 예산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태윤 감독은 “지난 해 참가한 대회 성적만으로 따지만 아시아권 최고 강팀인 대만의 자이언트나 일본의 니포-메이탄, 중국의 마르코폴로 등과 견줘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올해에 경험만 조금 더 쌓으면 충분히 유럽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5년내에 프로급 대회에 참가한다는 목표로 정진할 것이다. 다만 서울시청만의 지원으로는 버겁고 뜻있는 기업이 도와준다면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