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운영본부가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에 대한 자체 징계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경륜운영본부 자체 규정에는 '경륜의 이미지를 훼손한 경우' 경륜 관여정지(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부는 이번 사건으로 경륜의 이미지가 적잖게 실추됐다고 판단해 묵과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연루된 선수 190명에 대해 어떤 잣대를 적용해 얼마만큼의 제재를 내릴지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190명 중 40명 가량이 무죄를 주장하며 여전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로 송치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속속 판정이 내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100명 가량이 기소유예 판정을 받아 이중 대부분 선수들은 복귀한 가운데 10명 안팎이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결 선수들의 1차 판결이 완료되면 벌금형을 받는 선수는 4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륜운영본부는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이번 사건을 기화로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정리할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유원희 경륜운영본부 사장은 조동표 선수회장과 면담한 자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객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경륜의 특성상 일부 선수들에 대해서는 최대 관여금지 처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벌금형의 액수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변수의 하나가 되겠지만 이것만으로 징계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각 선수들의 사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고의성이 짙고 악의적인 선수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징계를 내린다는 원칙을 세웠다.
제재심의위원회도 최대한 빨리 연다는 방침이다. 사건을 끌 경우 선수나 본부에게 모두 부담이고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새출발하겠다는 생각이다. 시기는 2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금형을 받은 선수들은 대부분 항소를 하겠지만 일단 1차 판결로 예비 판정을 한 후 항소결과에 따라 재심사를 할 예정이다.
본부는 전문가들과 팬들의 의견 등을 최대한 수렴한 후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경륜운영본부가 선수들에게 성인군자와 같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경륜·경정법을 위반했다면 조그만 범법 행위에도 철퇴를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보험법을 위반한 선수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관여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벌써부터 내비치고 있어 사건 여파는 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