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입대한 영화배우 천정명(28)은 배우라는 이름 대신 군인이라는 이름으로 점차 바꿔 달고 있었다. 같이 훈련소에 입소한 동기들과 어느새 하나가 되면서 늠름한 모습이 엿보인다.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질 줄 아는 것만으로는 강한 군인이라 부를 수 없다.
부드러운 눈송이 하나하나가 다져져 뭉쳐지면 단단한 눈덩어리가 되듯, 끈끈한 전우애로 뭉쳐졌을 때 비로소 강한 친구 육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군으로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을 진짜 군인으로 만드는 제30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았다.
■신병의 함성소리에 추위도 벌벌
신병교육대를 찾은 지난 1월 25일은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지는 등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은 지난해 12월 21일 입소한 신병들의 수료식이 있었다.
연병장에는 이제 이병 계급장을 달게 된 신병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박보규 이병은 “사회에선 이병을 보면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 계급장을 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병이 자랑스럽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수료식에서는 우수 병사들에게 사단장 표창이 주어졌다. 1등으로 수료한 안지우 이병은 “영하의 날씨에도 땅바닥을 기고, 철조망 밑을 통과하는 등 각개전투 훈련이 기억에 남는다. 어려울 때 함께했던 전우들이 생각나 1주일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료식이 끝난 후에는 훈련병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조교와 소대장을 붙잡아 헹가래를 쳤다. 그간의 고운 정 미운 정을 털어 버리려는 듯 함성도 크다. 조교인 이충구 상병은 “훈련병들을 떠나 보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 정도 많이 들어 간혹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몸도 마음도 싹 바꾼다
사격장에서는 지난 2일 입소한 신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중 낯이 익은 병사가 있었다. 천정명도 여느 신병과 다름없이 진중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 촬영할 때 권총으로 사격해 본 경험은 있지만, 실제 K2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건 처음이다”면서도 “지금까지 받은 훈련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생방 훈련은 너무 힘들어 기억조차 하기 싫다고 털어놨다.
“불규칙한 연예인 생활에서 벗어나 아침 6시 30분이면 뜀걸음(구보)과 도수체조를 하고 제때 밥을 먹는 등 규칙적 생활 덕분에 몸도 건강해졌다. 친구들이 군에 들어가면 피부가 나빠진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더 좋아졌다”라고 웃음을 띠었다.
물론 신교대를 통해 신체적 건강함만 찾은 건 아니다. “힘든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을 참으면서 인내심을 배운다. 정신적으로도 강해졌다. 사회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야간 행군 등 앞으로 치러야 할 훈련도 이젠 두렵지 않다.”
이런 씩씩함 덕분인지 그는 신병교육대에서 중대장 훈련병을 맡고 있다. “취침 전에 회의를 하는데 훈련병들의 어려운 점들을 상급자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구실을 한다. 이 덕분에 동기들과 진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
■낙오자 없이 모두가 하나로
제30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는 서울과 가깝다 보니 신병들이 ‘타 부대보다 다소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은 ‘각오한 자에게, 각오한 이상의, 강인한 훈련을’이라는 모토대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사격 훈련 100% 합격(기준 조건 신병 50%·육군 60% 적중)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병 23개 기수 중 16개 기수가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이런 힘은 병사들 개개인 하나하나를 책임지고자 하는 신병교육대의 노력 덕분이다. 비만 병사를 지칭하는 ‘우람조’에 편성됐다 25일 수료한 박보규 이병은 “5주 동안에 8㎏이 빠졌다. 동기들의 얼굴에서 살 빠지는 것을 보면서 서로 힘이 된다.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모여 뜀걸음과 팔굽혀펴기 등 체력 훈련에 임했다. 수고스러울 텐데도 조교가 함께해 어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늦은 나이에 입대한 이상윤(28) 훈련병은 “힘든 훈련일 때면 서로 함께한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 수료 후엔 조교로 남는데 훈련병들이 나를 보고 조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일도록 멋진 병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렁찬 함성과 쩌렁쩌렁한 군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신병교육대. 훈련의 뜨거운 열기와 끈끈한 전우애가 한겨울 추위마저 물리쳤다.
■제30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는?
제30기계화보병사단은 1955년 2월 경기도 포천에서 창설, 같은 해 4월 현재 위치인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으로 이동했다. 사단 신병교육대는 1968년 6월에 창설되었고, 1994년에는 사단 직할대로 개편되었으며, 2004년부터 3개 중대형에서 4개 중대형인 신병 3개 중대, 본부 및 분교 중대로 개편했다.
군인 정신 함양, 군인 기본 자세 확립, 기초 전투 기술 습득, 단계적 체력 배양, 상호 존중·전우애 배려·책임 의식 및 단체 윤리 의식 함양을 중점으로 교육, 병 기초 군사 훈련을 통해 민간인을 군인으로 육성한다.
고양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1@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