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에 별난 일일지 모르지만 외발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에 모여 즐기는 이 특별한 이들에게 더 이상 외발자전거는 서커스가 아니다. 산에 오르고 골프를 치듯 운동의 일환이다. 한 두 시간만으로도 땀이 맻히는, 어렵지만 즐거운 레포츠 외발자전거를 소개한다.
●아슬아슬, 비틀비틀 자전거 초보자
지난 17일 오전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앞은 추위에 아랑곳 않고 10여 명의 아이와 어른이 외발자전거 타기에 한창이었다. 이채로운 모습에 시선을 떼지못하는 행인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우와, 저 사람들 좀 봐.” “서커스 단원인가.” 이들은 매주 일요일 외발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한국외발자전거협회(www.unicycle.or.kr)의 동호회 사람들이다. 벌써 7년째 이어온 장수 모임이다.
처음 외발자전거를 접하는 기자의 강습은 한국외발자전거협회의 노원지역 클럽장을 맡고 있는 김경수(38) 씨가 맡았다. 외발자전거 구조와 특징에 대한 간단한 이론 수업 후 외발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시작했다.
막상 핸들도 없이 외바퀴에 안장과 페달만 매달린 모양새가 영 불안하다. 두 손으로 평화의 문 앞 난간을 잡고 일반 자전거 타듯이 천천히 페달을 돌린다. 바퀴가 하나인 만큼 무게중심을 잡는 게 보통 자전거에 비해 두 배는 힘들다.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간다기 보다 두 손의 힘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난간을 두세번 오가다 보니 조금씩 난간에서 조금씩 몸을 떨어 뜨리게 되고 결국 한 손으로 난간을 잡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한 쪽 팔이 자유로우니 균형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허리를 곧추 세우니 바퀴에 속도도 붙는다.
“외발자전거는 정직해요. 절대 오버하지 않습니다. 페달을 뒤로 밟으면 자전거가 뒤로 가요. 브레이크도 없어요. 공회전도 없으니 발을 움직인 만큼 자전거가 움직임니다. 그만큼 힘이 들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외발자전거와 몸이 완전히 하나가 돼야 제대로 탈 수 있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외발자전거는 무게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이다. 일단 넘어지지 않게 중심만 잡으면 그 뒤부터는 만사형통이다. 그러나 말 만큼 쉽지 않다. 난간을 잡고 있어도 중심이 흔들려 바퀴가 뒤로 미끄러 튕겨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두발자전거보다 훨씬 안전하다. 몸이 자전거와 분리돼 땅에 떨어지니 발 디디기가 쉽기 때문이다. 수없이 외발자전거에서 떨어졌지만 넘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자전거나 넘어지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안장을 잡고 착지하는 것이 기본 매너다.
개인차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 보통 하루 한시간씩 일주일은 지나야 5~10m 정도를 갈 수 있다고 한다. 한 달 정도 지나야 넘어지지 않고 계속 탈 수 있는 수준에 오른다고 한다. 학습력이 빠른 아이들은 하루만에 외발자전거를 타기도 한다고.
물론 성인인 기자는 2시간의 강습으로는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비틀거리며 간신히 자전거를 타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단 중심을 잡는데 성공하면 실력이 느는 것은 시간 문제란다.
●외발자전거 예찬론
여느 레저 동호회와는 달리 이 곳은 유난히 아이들이 많다. 부모를 따라 외발자전거타기를 몇 년째 즐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만큼 건전하고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의미다. 동호회원들은 두 아들과 남편까지 외발자전거 마니아로 만든 김기숙(41) 씨처럼 가족 모두가 외발자전거에 빠진 경우가 많다.
김 씨는 “한 신문에 부자(父子)가 함께 외발자전거를 타는 기사를 보고 남편에게 권하게 됐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어른들은 한 두 시간만 타도 힘든데 아이들에게는 놀이라 대여섯 시간을 타도 즐겁단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니 성장기 아이들에게 딱이다”며 외발자전거 예찬론을 펼친다.
생각외로 운동효과도 크다. 외발자전거는 양팔을 들고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여느 레포츠보다도 운동 효과가 높다.
“위태위태하지만 운동은 많이 돼요. 곧바로 서서 타기 때문에 자세 교정에도 좋지만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자전거를 탄 이후로 살이 5㎏이 빠졌다”며 김경수 씨도 외발자전거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내의 미개척분야인 외발자전거 기술을 하나씩 연마해가는 재미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자전거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간편한 휴대성, 체인이 없어 잔고장이 없고 타이어만 2년에 한번씩 갈면되는 경제성 등 외발자전거를 즐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 둘이 아니다.
●전문인 없이 동호회원끼리 기술 전수
서커스단의 묘기 정도로 치부됐던 외발자전거가 어엿한 레저스포츠로 대접받고 있다. 1980년 세계외발자전거연맹(IUF)이 결성됐고, 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 종목은 크게 레이싱·아트·트라이얼로 나뉜다. 레이싱은 100m에서 10㎞까지 경주와 10m 천천히 가기·50m 뒤로가기·50m 한발가기 등이 있으며, 아트는 피겨스케이팅처럼 개인 및 단체 예술 경기다. 트라이얼은 계단·바위·경사로 등의 장애물 코스 경주다. 이외에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하는 농구·하키도 있을 정도로 외발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무한레포츠다.
외발자전거의 강국은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등지가 꼽힌다. 특히 미국은 산악외발자전거가 인기인 반면 일본은 100m 레이스 남녀 세계기록을 보유하는 등 국가적으로 외발자전거 타기를 장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외발자전거를 과목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개인이 외발자전거를 즐기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해외의 동영상을 참조하여 기술을 연마하게 전부다. 아마추어 외발자전거 선수만 국내에서 1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이 해외 무대에서 매년 수상경력을 내고 있다. 국내의 외발자전거 인원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성과다. 수상자는 모두 일반 직장인, 혹은 가정주부로 취미로 외발자전거를 즐겨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외발 자전거 배우기
외발자전거는 혼자 익히기 어려운 레포츠이므로 동호회 등에 가입하여 함께 익혀나가는 것이 좋다. 일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올림픽광장의 평화의 문 앞에 가면 외발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다.
초보들이 오면 무료로 가르쳐 준다. 외발자전거를 연습하는 동안 빌려주기도 한다. 동호회 사이트에는 장비 구입에 관한 정보 및 외발 자전거 타는 법에 대한 자료가 많다.
회원들이 주로 타는 자전거는 바퀴 지름이 14~24인치 정도가 적당하다. 가격은 입문자용 자전거 기준으로 10만~30만원선. 외발자전거는 국내에선 생산되지 않으며 파는 곳도 3곳 뿐이다. 서울 마포의 자전거나라(080-715-5147)와 저글링 용품을 파는 저글링샵(02-584-9663)이다. 대구의 콰이런(053-626-2070)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