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하다. 서울 마포구 데시앙 한빛빌딩 7층에서 만난 김영만(48) 한빛소프트 회장의 연두색 티셔츠에서도 그 느낌이 다가온다.
그는 요즘 신이 난다. ‘스타크래프트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빌 로퍼와 한빛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게임 ‘헬게이트 런던’이 지난 달 23일 월정액제 유료화를 정착시켜, PC방 가맹률 70%를 넘어서는 인기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중화시킨 김 회장은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에게 게임산업에 대해 물었다.
△스타크래프트 유통 신화
한국 게임산업 1세대인 김 회장은 현재 게임업계에서 ‘현역 최고령층’에 속한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화해 한국e스포츠협회 1기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블리자드에 넘겨줄 때까지 한빛소프트가 유통한 스타크래프트는 10년 동안 IT산업의 젖줄인 PC방을 키우며, IMF 극복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전임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으로서 온라인 게임 산업의 전망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문화 쪽 중 처음으로 게임사를 방문해 주어 분위기가 좋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먹거리가 뭐냐. 자원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두뇌를 가진 휴먼 리소스가 있다. 한국인은 창의성과 끼가 넘친다. 그걸 문화로 만들어가는 부가가치 산업에서 국부 창출의 큰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은 산업일까. 게임 선진국인 일본서도 70년대부터 제기된 논쟁 주제다. 그는 “게임은 산업이다. 요즘 최고로 자부하는 닌텐도가 일본 자스닥 시가총액 3위다. 1년 만에 10위에서 3위로 올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게임이 수출해서 로열티로 벌어들이는 돈은 영화에 비해 6배로 6000억 원이다. 문화산업 콘텐트 중 6000억 원을 로열티로 벌어들이는 산업이 몇 개나 되나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게임이 단순히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미래산업임을 강조했다.
한빛소프트의 게임인 ‘팡야’의 경우 만화나 피겨(영화·만화·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축소해 만든 인형) 부문에서 반응이 좋다. “반다이의 경우 애니메이션-장난감-상품화 등 전형적인 원소스 멀티유즈의 길을 간다. 10년 전의 인기 애니메이션에서 지금도 수익이 난다.”
△게임 수출 로열티 수익이 영화의 6배
그는 새 정부에 대해 “게임을 만들더라도 창의적이고,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할 수 있고, 만화 소재로 사용하는 등 원소스 멀티 유즈(OSMU) 등의 가치 창출을 생각하는 정책에 적극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빛소프트는 2002년에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헬게이트 런던’을 개발해 7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골프게임 ‘팡야’와 ‘탄트라’는 현재 60개국에 진출해 있다. 일본 현지법인인 한빛 유비쿼터스는 15개월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진출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김 회장은 “패키지를 유통하다 온라인게임으로 이동해서 ‘탄트라’ 개발할 때,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 때 연착륙이 안돼 애를 먹었다.
또한 2002년 80만장, 지금까지 100만장이 팔렸지만 ‘워크래프트3’를 마케팅할 무렵과 한국이 월드컵 4강 진출이 겹쳐 기대한 효과가 안 나왔다. 2년 전 ‘라그나로크’라는 대박 게임을 만든 김학규 PD를 영입해 만든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초반에 부진했을 때도 그랬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한다.
그는 최근 인기게임으로 떠오른 헬게이트 런던에 대해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 2038년 폐허로 변한 영국 런던의 인류를 구하는 스토리가 영화보다 방대하다. 인터랙티브하게 들어가니 영화가 오히려 심플하다. 안젤리나 졸리를 써서 영화 만들면 딱 좋다. 언젠가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드는 것을 보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헬게이트 런던의 카발리스트 캐릭터는 안젤리나 졸리를 꼭 빼닮았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jk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