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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임요환 공군팀 해체라니 무슨 소리
지난해 4월 세계 역사에 없던 e스포츠 군인팀이 떴다. 바로 공군 에이스팀이다. ‘테란의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을 비롯해 8명의 프로게이머를 전산특기병으로 선발해 만든 에이스팀은 그동안 군대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다.
우선 젊은이들의 공군에 대한 이미지 개선으로 공군 지원이 늘고 있다. 사병들의 병영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기 진작에도 한몫하고 있다. 젊은이들을 묶는 흥밋거리, 화제를 낳다보니 팀 성적은 꼴찌지만 최고 인기팀이다. 해군과 육군마저 e스포츠팀 창단을 논의할 정도다.
특히 56만 명의 팬카페를 보유한 임요환은 출전 때마다 최고 시청률, 관중 동원력을 발휘했다. 공군팀의 경기 현장에는 매 경기 400여 명의 관중이 몰렸고, 임요환 팬 카페 '요환동'의 적극적 현장 응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5월 열린 공군-MBC 게임전은 온라인 채널인 곰TV에서 약 60만 명 시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 유력 언론들인 BBC·뉴욕타임스·CNN·르몽드 등의 취재도 잇달았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 젊은 IT세대들의 신문화로 자리잡은 e스포츠를 병영 안으로 받아들인 국방부를 향해 ‘안으로 열리고 밖으로 연결된 마인드’라는 찬사를 했다. 군에서 e스포츠 산업의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 어필해 국가 이미지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느닷없이 공군 해체설이 나오고 있다. 6일 공군본부 공보과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방부 종합감사 때 ‘공군팀이 군 편제 기준에 어긋난다. 해체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편제로 볼 때 공군에는 게임병이 없고, 전산특기병만 있으니 당초 취지 목적대로 워 게임, 전략시뮬레이션 훈련 등에 집중하라는 것이 골자였다.
편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옳을 수도 있지만 국방부가 놓친 것이 있다. 애초 문화부에서 국방부에 ‘상무 e스포츠팀’ 창단을 건의했으나, 발상 전환을 한 공군이 팀을 만들고 국방부의 고민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팀을 창단해서 군 전체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 이제 팀을 해체함으로써 입을 국방부의 이미지 실추와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 공군팀이 e스포츠 산업에 기여하고, 군과 국가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닌지, 창단 때의 역발상을 다시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2008년 현재 공군팀은 단지 공군팀이 아니라 한국 군대를 세계에 알린 젊고 뜨거운 ‘문화 아이콘’이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