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말 열 마디, 글 100자 보다 더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 해주는 것이 사진일 게다.
이 한장의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요미우리 이승엽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6년 4월17일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의 원정 숙소 근처 한 골목길 주차장. 이승엽이 유니폼 대신 운동복 차림으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이 때는 요미우리에 입단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쉬는날 이렇게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렸다.
4번이라는 중책을 맡았기에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이런 노력하는 이승엽을 본 요미우리 관계자가 구단 홈 페이지에 이 사진을 톱으로 올린 것이다.
이승엽이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연일 불망이를 날리며 한국 팀의 3연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승엽이 지난 8일 호주전에서 때린 우익선상 2루타가 화제이다.
2회 볼카운트 2-2에서 직구를 노렸지만 119㎞짜리 몸쪽 느린 변화구가 들어오자 몸은 뒤로 빠지면서 손목만으로 우익수쪽 안타를 만들었다. 보통 타자라면 빗맞았겠지만 꽤 힘이 실려 나가 안타가 됐다.
이때 흔히들 ‘행운’이라는 수식어를 달지만 이승엽에게는 ‘실력’을 달아야할 타구였다. 이승엽은 "야구를 시작한 이래 일본에서 한번, 오늘 이렇게 두번 이런 타격을 해본 것 같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임기응변이 만들어낸 타격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도 예상하지 못한 공이 들어오면 움찔하고 그 사이 공은 포수미트에 들어간다. 타자들이 고개를 젖히며 ‘아차’하고 후회할 때는 분명 이런 때이다.
투수와 포수의 거리는 18.44m. 시속 140㎞의 직구는 0.4초만에 소리만 남기고 사라진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칠것이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데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타자들은 훈련을 통해서 이런
‘조건 반사’같은 대처법을 몸에 익힌다.
이승엽이 '역시 이승엽!'이라고 들는 것도 끝없는 훈련을 통해 발전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레벨 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왼발을 들기도 내려놓기도 하고, 보폭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내몸에 딱 맞는 타격폼을 찾고 또 찾는다. 그런 노력과 반복된 훈련이 오늘날의 이승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한다. 창업(최고의 자리)에 성공한 이승엽이 지금까지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바로 남몰래 흘린 노력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절대로 남들과 같이 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최고가 되더라도 그건 '봄볕에 소리없이 녹아내리는 잔설'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