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6•여)씨와 세 딸 등 일가족 4명이 실종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0일 이 사건을 공개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유력한 용의자인 전 해태 타이거즈 소속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를 공개 수배했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이씨의 사진과 인적 사항이 기재된 '실종 사건 용의자 수배' 전단을 공개하고 현상금 300만 원을 내걸었다. 아직 모녀 4명의 생사 여부와 이씨의 행방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경찰 수사가 진전되면서 사건의 베일이 하나 둘씩 벗겨지고 있다.
▲윤곽 드러나는 용의자 이동 경로
경찰에 따르면 모녀가 실종된 지난달 18일 오후 11시쯤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큰딸(20)의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 때는 김씨의 아파트에서 용의자 이씨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형 가방을 바깥으로 운반한 뒤였다.
1시간 가량 지난 19일 0시 5분쯤에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김씨와 큰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동시에 한 기지국에서 잡혔고 두 휴대전화는 곧 전원이 꺼졌다.
이어 5시간 가량 지난 19일 오전 5시 40분쯤 전남 화순의 한 야산에서 큰딸의 휴대전화는 다시 한번 켜져 신호가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다음 날인 20일 오전 10시 44분쯤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서 또다시 큰 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기지국에 잡혔다. 이 지역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점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휴대전화 위치 확인 결과와 함께 지난 19일 오후 2시 53분께 김씨 소유의 승용차가 호남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자동판독기에 검색된 점 등을 토대로 용의자 이씨가 18일 밤 서울 마포구 김씨 집을 나서 종로에서 큰 딸을 접촉한 뒤 19일 새벽 전남 화순의 선산을 찾았다가 장성과 공주 등을 거쳐 상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이씨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억 7000만원은 아파트 전세금
경찰은 실종 직전 해지된 김씨의 정기 예금에 들어 있던 1억 7000만원이 당초 2월 말 지급할 아파트 전세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10일 경찰과 부동산업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김씨는 40대 남성과 함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와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 2억 원에 계약했다.
당시 계약을 중개했던 부동산 업자는 이날 경찰의 공개수배 전단을 확인한 뒤 "당시 계약하러 왔던 남자가 이호성씨와 동일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계약 직후 이 집이 가처분 신청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자 중개업소에 강하게 항의했고 부동산 업자는 "우선 전세금 중 3000만 원만 집 주인에게 건네고 1억 7000만 원은 가처분이 풀리면 보내기로 하자"며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이후 올해 1월 말 가처분이 풀리자 중개업자는 남은 전세금 1억 7000만 원을 집 주인에게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김씨는 "그 돈을 '오빠'에게 빌려줬다"며 "2월 20일에 돈을 돌려받기로 했으니 그 때 남은 전세금을 치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정황으로 미뤄볼 때 만약 용의자 이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면 금전 문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계좌 추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순군으로 급파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형사 10여 명은 이날 이씨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화순군과 담양군 일대의 땅 3개 필지를 돌아보며 직접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