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김선우(31·두산)가 공식경기 첫 선발 등판에서 체면을 구겼다. 대표팀 일원으로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하고 있는 김선우는 10일 스페인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4실점했다.
타선의 지원 덕에 승리 투수가 됐지만 메이저리그 출신으로서 마이너리그 싱글A 수준도 안되는 스페인 타자에게 뭇매를 얻어맞은 것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김선우는 23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1개의 삼진도 잡지 못했다. 4실점은 5회에 집중됐다.
경기 후 김선우는 “투구수를 줄여 긴 이닝을 던질 작정이었다. 경기를 빨리 끝내려고 제구력 위주보다 가운데만 보고 직구 승부를 했다”고 밝혔다. 삼진을 노리기보다 맞혀 잡는 피칭에 주력을 했다는 말이다. 김선우는 3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힘과 힘의 대결에서 스페인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는 것이 역력했다.
문제는 5회. 이전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던 김선우는 5회 1사 후 5안타 1볼넷을 내주며 4실점했다. 이에 대해 김선우는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 타자들이 느끼는 종속이 떨어졌나 보다”고 설명했다.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도 계속적으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한 것이다.
고집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짠 전략이 틀어졌다면 제2, 제3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해외파들에게는 고집이 있다. 그리고 그 고집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김병현(피츠버그)도 홈런을 얻어맞은 타자에게 다음에 똑같은 공으로 승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올 시즌 15억원으로 입단한 김선우가 지난해 두산과의 협상에서 40억원 제의를 뿌리친 것도 “메이저리그에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집이 지나치면 아집으로 바뀐다. 김선우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통했던 직구가 스페인 타자들에게 얻어맞아 나가니 자존심이 상했을 법했다. 자신이 직구 승부를 고집함으로써 콜드게임으로 이길 수 있던 경기는 9회까지 늘어져 3시간 40분이나 걸렸다. 김선우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의 ‘황소고집’을 덕아웃의 김경문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