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LB 인사이드] MLB의 골프 공 번트와 야구 지식 수준
골퍼(glofer)를 자처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존 맥라렌 감독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은 항상 필요한 골프 공을 벌어 들이고 선수들은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번트 훈련을 하게 만드는 ‘일거양득’의 작전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맥라렌 감독은 캠프가 시작되고 일주일 후 메이저리그 훈련에 참가한 야수들을 상대로 번트 대회를 개최했다. 선수가 기준선을 통과하면 감독이 주는 상은 원하는 날 하루 휴식이다. 스프링캠프가 거의 쉬는 날 없이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특히 가족을 대동한 선수들에게는 큰 특혜이다. 실패하면 선수는 감독에게 골프 공 1박스를 선물해야 한다. 맥라렌 감독은 자신이 쓰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이나 'V1X', 혹은 '나이키 원 플래티넘'을 받고 싶은 골프 공으로 지정했다.
컨테스트의 함정이자 승패의 관건은 야구공을 사용하지 않고 골프공에 번트를 댄다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의 번트 훈련장에는 타자가 당겨 대거나 밀 수 있도록 내야 좌우로 각 1개씩, 지름이 약 2m 정도인 원 2개가 그려져 있다. 맥라렌 감독이 정한 기준은 30번 번트를 대서 20%의 성공률인 6개를 2개의 원 안에 넣으면 합격이다. 5번 중 하나로 번트 성공률 2할만 기록하면 된다.
과연 메이저리거들의 작고 반발력 높은 골프공을 다루는 감각은 어느 정도였을까? '시애틀 타임스'지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4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해 겨우 2명만 합격을 했다. 그 명단에는 '예상대로(?)' 천재타자는 있었다. 일본인 타자 이치로 스즈키가 쉽게 성공을 시켰고 또 한 타자는 라울 이바네스였다. 다른 선수들은 골프 공을 사 감독 방으로 나르느라 분주했다고 한다.
골프 공 번트는 메이저리거라도 힘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거들의 베이스 러닝과 수비에 대한 야구 기본 지식은 평균 이상이 될까?
일본프로야구 니혼 햄 파이터스 감독 출신으로 올시즌 메이저리그 루키 감독으로 데뷔하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트레이 힐먼이 지휘하는 스프링캠프에서는 색다른 기초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 4년 동안 연 평균 100패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서는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1루 베이스 코치인 러스티 쿤츠가 야수들에게 반복 주입시키는 기본에 관한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두 발이 먼저 베이스로 들어가는 피트-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때 앞 발은 위로 세워야 하는가 아니면 옆으로 눕혀야 하는가?(정답은 위로 세운다)', 만약 타구가 내야 잔디 위에서 심판에 맞았다. 플레이가 계속 진행되는가 아니면 볼 데드 상태인가?(볼 데드)' 놀랍게도 이 문제들에 대해 정답이 나온 확률은 50-5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어떤 선수들은 아예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야구에서 가장 기초 상식은 베이스 간의 거리 90피트(27.431m)이다. 그런데 이 문제도 틀리는 선수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메이저리그도 별 것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시험을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로스앤젤레스=장윤호 기자[changy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