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계 대가들의 역량이 총 결집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100주년을 맞아 한국연극협회(이사장 박계배)가 기념공연으로 선정한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의 ‘남사당의 하늘’이 그것이다. 1993년 초연 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연출상 등 5개부문을 휩쓸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들인 김성녀·김종엽·윤문식 등 내로라 하는 연극계 스타 64명이 출연한다.
손진책 대표는 “민속극을 한답시고 쏘다니던 젊은 시절에 남사당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대본을 처음 본 순간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숙명과도 같은 공연이다”고 감회를 토로했다. 27일부터 4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연극 대중화를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로 관람료(1만원)를 낮췄다.
올해는 1908년 11월 15일 원각사에서 공연된 이인직의 ‘신세계’를 시작으로 한국에 근현대극이 뿌리 내린지 100년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연극의 현주소는 척박하기만 하다.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초라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옆동네’ 뮤지컬이 양적 질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는 지라 더욱 더 그늘이 짙어 보인다. 연극인들의 역량이나 열정에서는 결코 뒤질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국연극협회는 100주년 기념사업의 주제를 ‘국민과 함께하는 연극’으로 정했다. 박계배 이사장은 “우리끼리의 연극에서 탈피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극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극 100주년을 맞아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공연과 행사가 계속된다. 한국 연극 연출가협회에서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008 신춘문예당선작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일보 당선작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을 시작으로 동아일보·부산일보 등 총 6명의 신인작가들의 작품이 첫선을 보인다. 매년 열릴 때 마다 전회매진이라는 기록적인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공연이다.
4월3~13일엔 아시아 연극연출가 워크숍이 열린다. 2005년부터 계속되어온 행사로 올해는 일본의 타다 쥰노스케, 인도의 줄레이카 차우다리 연출이 한국의 박장렬 연출과 함께 각각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맥베드·리어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펼친다. 공연문의 02-744-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