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K모(38) 과장은 올해로 운전 경력 5년차에 접어들었다. 입사 후 3년 만에 구입한 소형차는 출퇴근 외에 야외 나들이 등으로 10만㎞ 가까이 달려왔다. K과장은 차량의 노후화에 자녀들의 성장으로 인해 좀 더 큰 차로 바꾸기로 했으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막상 떠오르는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3000만원 내외의 예산만 결정했을 뿐이다.
K과장같은 30~40대 직장인에게 승용차는 출퇴근·업무·레저 등 다양해진 현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맞춰 각 메이커들은 다양해진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성능·기능·디자인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며 경쟁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운전자들이 차량을 교체하는 시기도 짧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전문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들이 차량을 바꾸는 주기는 평균 3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이상 운전한 경력자 가운데에는 5대 이상 차량을 교체한 경우는 5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어떤 차로 바꿀까. K과장과 같은 30~40대 운전자의 자동차 구입은 소형차에서 출발, 중형차로 옮겨가는 패턴을 보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좀 더 편안한 승차감, 과시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차량의 종류와 크기로 신분을 판단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도 ‘좀 더 큰 차’에 대한 선호도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차량 교체 방향은 크게 국산차·SUV·수입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배기량 2000㏄ 미만의 국산 중형 승용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국산 중형 승용차는 과거와 달리 엔진 성능이 크게 향상됐을 뿐 아니라 승차감·각종 편의사양 등이 소형차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이 때문에 배럴당 100달러라는 ‘살인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은 올해에도 중형차의 약진이 돋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가 내수 승용차 전체 판매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르노삼성자동차의 SM5(7위), GM대우의 토스카(9위) 등도 꾸준한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국내 중형차의 ‘빅3’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다.
두번째는 중소형 SUV(스포츠유틸리타차량). 도심보다 아웃도어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초기 구입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디젤차량 특유의 육중함과 터프함이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탓이다. 게다가 승용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승차감도 SUV의 꾸준한 인기 비결로 꼽힌다. 최근 경유값 인상으로 판매가 주춤하는 편이지만 아웃도어 마니아에게는 여전한 ‘드림카’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수입차를 선호한다. 수입차 업계는 최근 2000만~3000만원대의 중저가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이같은 분위기에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 모델인 혼다의 시빅2.0은 2990만원이며, SUV 모델인 CR-V(2WD)는 3090만원(이상 VAT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