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 만화의 새 역사를 쓸 만화가는 누구일까? 대상작에 2억원의 상금이 걸린 제1회 IS 만화 대상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신문 연재 만화는 한국 만화를 이끈 주옥 같은 명작들을 배출한 산실의 구실을 톡톡이 해 왔다. 특히 일간스포츠(IS)는 1972년 고우영의 '임꺽정'을 시작으로 신문 만화의 지평을 열었고, 고우영을 비롯해 이현세·강철수·박봉성·이재학·양영순 등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다른 신문들도 방학기·배금택·허영만·이두호 등을 앞세워 만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IS는 신문 만화의 효시가 된 1909년 이도영의 만화를 기점으로 신문 만화사를 4단계로 정리했다.
●신문 연재 만화의 효시
신문 연재 만화는 1909년 6월 대한민보 창간호에 게재된 이도영의 삽화를 그 효시로 본다. 만화계가 2009년을 한국 만화 100주년으로 잡은 것도 이도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도영을 한국 만화의 출발점으로 보는 데는 다소 이견이 있기도 하다. 만화가 박기준은 "대한민보에 게재된 이도영의 작품은 계몽 만화다. 한국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일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이도영은 원래 동양 화가다. 만화가로 본격적으로 나선 사람이 아니라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보가 화가였던 이도영을 섭외해 편집진의 생각을 시사 만화로 그리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방 전까지도 신문 게재를 위한 시사 만화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초기의 만화는 성인을 대상으로 고급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인식됐고, 제작에 있어서도 역시 전문 화가와 지식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고급 문화로 자리했다.
●1세대
작고한 고우영 화백의 독무대였다. 극화 성격을 가지고 매일 연재하는 본격적 신문 만화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단행본 작가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고우영은 1972년 1월 1일 IS에 '임꺽정'을 선보였다. 당시 일간지에 장편 만화를 게재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IS는 당시 사회 통념을 깨고 고우영에게 파격적으로 지면을 할애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어른 독자를 겨냥한 그의 성공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단행본을 제작하던 만화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임꺽정'의 성공을 계기로 그는 '수호지'·'일지매'·'삼국지'·'서유기'·'초한지'·'가루지기전'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1970~1980년대를 주름잡았다.
IS에 '하대리'와 '주르날라리아'를 연재한 만화가 최훈은 "고우영이 연재한 매체에 내가 연재할 수 있다는 것도 만화가로서 영광이다. 내 작품은 고우영 만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대사, 말풍선, 연출 스타일 등도 그를 계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우영 이후로 강철수·박수동·방학기·한희작 등이 성인 만화 단행본을 내놓으며 만화를 발전시켰다.
●2세대
고우영의 성공으로 신문 연재 만화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단행본·잡지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들은 무대를 신문으로 옮겨 새롭게 도전했다.
1983년 대본소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성공한 이현세는 1987년 '선착순'을 들고 IS에서 첫 신문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이후 IS에서 야설록과 함께 '남벌'을 연재하며 우리 사회에 민족주의 논쟁을 불붙이기도 했다. 잡지 만화 '사랑의 낙서'로 유신시대의 우울함을 달래주었던 강철수 역시 '돈아, 돈아, 돈아'·'밤 사쿠라' 등으로 IS 독자들을 흥분시켰다. 각각 무협 만화와 기업 만화 열풍을 일으킨 이재학·박봉성도 IS에 가세했다.
'임꺽정'으로 주목 받은 방학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일간지로 들어와 스승인 고우영과 경쟁을 벌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고독의 미학을 만화에서 구현하며 성공한 신문 연재 만화가로 우뚝 섰다. 스포츠지는 '영심이'의 배금택, '각시탈'의 허영만을 비롯해 이두호·한희작·김삼·고행석·이우정·이상무 등 날고 긴다는 만화가들의 격전장이 되었다.
●3세대
IS에 연재한 양영순의 '아색기가'와 강주배의 '무대리'는 신문 연재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기존의 흑백 극화에서 탈피해 매일 한 회씩 끝나는 시트콤의 유행을 몰고 왔다.
특히 '아색기가' 이후 젊은 작가들은 컬러 만화를 들고 나왔다. 컬러 작업은 작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지만 컴퓨터의 발전으로 작가 혼자서도 컬러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됐다. 신문 연재 만화에서 비주얼의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양영순 이후로 강도영·최훈·곽백수·메가쑈킹·이상신/국중록 등의 젊은 피가 신문 지면을 새롭게 만들었다. 매회 짧은 이야기에 강하게 반전을 주는 방식이 가벼운 웃음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