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다이애나비 죽음’ 배심원 판결은 교통사고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물음표들이 10년 여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될까.
영국 런던 법원 배심원단은 8일(한국시간) 다이애나와 그녀의 연인 도디 알-파예드의 죽음은 두 사람의 운전기사와 이 차를 추적하는 파파라치의 부주의한 운전에서 비롯됐다고 평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을 포함한 영국 왕실과 정보 기관이 다이애나를 살해했다”는 도디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파예드의 주장과 달리 다이애나는 음모가 아닌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결론이 다시 나온 것이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 경찰은 다이애나의 죽음이 음모에 의한 살인이 아닌 비극적 사고사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 지하차도에서 자동차 충돌 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6개월간 250여명 증언, 193억원 비용
런던 법원은 6개월 동안 전례 없이 모든 것을 까발리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진행했다. 전 해외정보국장·왕실 집사·친구와 친지·전 애인 등 250여 명을 법정에 불러 증언을 청취했다.
보통 사람들 가운데 선정된 11명의 배심원단은 다이애나의 임신 가능성, 다이애나와 무슬림인 도디가 아기를 낳지 못하도록 살해됐다는 주장 등 예민한 문제들을 자세히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다이애나의 애정 관계를 비롯해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재판은 1000만 파운드(약 193억 원)의 비용을 쏟아 부을 가치가 없는 한 편의 희극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은 이 재판에 대해 “시신들을 둘러싼 서커스였을 수 있지만, 폭로가 비밀보다는 더 낫다”는 말로 정당성을 부여했다.
한편 영국의 윌리엄, 해리 왕자는 어머니인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신의 운전기사 앙리 폴과 파파라치들의 매우 부주의한 운전으로 숨졌다는 판정에 동의한다면서 배심원단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
배심원단의 평결 후 모하메드 알-파예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살인이라는 점”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동차 충돌 사고 당시 파리의 목격자들이 보았다고 주장하는 수상한 흰색 피아트 자동차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또 당시 과음 상태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운전기사 앙리 폴의 역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폴은 근무가 아닌데 술을 많이 마신 후 불려 나왔고,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 호텔 밖 파파라치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누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알-파예드는 배심원 평결에 불복해 상소할 수는 없지만, 평결의 각하와 함께 사인 심의회가 다시 열리도록 요청할 수는 있다.
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