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술자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주’가 축구와 군대 이야기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군대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또는 축구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밤을 지새울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군대와 축구가 결합한다면 더 말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치게 되는 군대 생활에서 축구는 체력단련과 단결력을 높여 줄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에 활력소다.
그런데 제대 후에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올해 처음으로 육·해·공군이 함께 ‘군대스리가’라는 축구 축제를 연 덕택이다.
일간스포츠((ISplus corp.)와 국방부가 주최하고 건군제60주년기념사업단과 중앙 엔터테인먼트앤드스포츠(JES)가 주관하는 ‘선진강군! 한마음대축제 2008 군대스리가’는 6월 11일부터 9월 27일까지 총 75개팀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인다. 우승을 위해 달리는 육·해·공군 장병들의 훈련 모습을 담았다.
■축구공에 끈을 묶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바다 위라고 해서 식을 수 없다. 해군 장병들은 함정을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에도 축구공을 꼭 챙긴다. 물론 바다에서 수구를 즐기기는 것은 아니다. 공을 차고 싶어 발이 꿈틀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가로 축구공을 묶을 끈을 준비한다.
웬 끈이냐고? 전투체육시간이나 일과 후 시간에 장병들은 갑판에 모여든다. 그리고 넓은 공간이 없는 탓에 족구를 할 준비를 한다. 네트를 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작업에 들어간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끈이다. 갑판에서 벗어나 바다로 공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축구공을 끈으로 묶는다. 이렇게 공을 묶은 덕분에 멀리 찬 공을 주우러 다닐 필요가 없어 좋다.
바다에 나가지 않고 육지에서 근무할 때는 정식으로 축구를 즐긴다. 해군은 이번 군대스리가에서 모두 7개 팀이 출전하고, 이중 우승 팀은 9월 2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연예인 축구팀과 한판 격돌한다.
■정식 심판까지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육군에서 축구는 럭비에 가까웠다. 30~40명이 한데 모여 축구공 2~3개를 한꺼번에 차는 집단축구는 전략도 전술도 필요없다. 오직 공이 있는 곳으로 달릴 뿐이다.
몸으로 서로 부딪치는 횟수가 공을 발로 차는 횟수보다 많을 정도다. 단결심 고취와 체력 단련은 확실했다. 설령 제대로 된 축구 경기를 할 지라도 오프사이드 등을 지적할만한 심판이 없어 동네축구에 머물었다. 전원 공격에 전원 수비라는 특유의 ‘벌떼 축구’ 이른바 군대식 ‘토탈사커’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지금도 가끔 이런 집단축구를 볼 수 있지만 이젠 달라졌다. 체육복은 물론 축구화까지 정식으로 갖추고 경기에 임한다. 더군다나 공인 심판 자격증을 갖춘 장병들이 많아져 과열 경쟁을 막으면서도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1050m 고지에 위치해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한 도솔대대는 망을 설치해 경기장 밖으로 공이 나가는 것을 막고 축구를 한다. 또한 자체 리그전을 열어 흥미를 더한다. GOP소초라고 해서 축구에서 열외는 아니다. 근무 이외 시간에 조그만 공터에 5~6명이 모여서 미니축구를 하거나 족구를 한다.
이런 열정이 말해주듯 육군은 53개팀이 군대스리가에서 열전을 벌인다.
■하늘을 날듯 뛰어간다
공군의 축구 훈련장이 혹시 활주로가 아닐까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위험한 공상일 뿐이다. 전투기가 이·착륙 하는 곳에서 공을 찬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군의 축구 경기는 육군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병장에 모여 제대로 팀을 갖추고 정식 경기를 펼친다. 병사와 장교가 팀을 이루어 땀을 흘림으로써 소속감은 극대화된다. 때론 잔디밭에서 공을 차는 즐거움도 만끽한다.
군대스리가에 참석하는 공군은 총 15개팀. 이 중 우승한 팀은 주한미군팀과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