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박찬호(35)는 지난 2월 초 메이저리그 취업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 부인 박리혜(32)씨, 딸 애린(2) 양과 함께 일시 귀국했었다.
딸이 탄 유모차를 밀면서 그는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동안 아내와 딸은 친정이 있는 일본 도쿄에 머물게 된다”고 밝혔다. 재일동포인 박리혜씨도 “남편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들지만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찬호의 가족이 재회한 것은 이로부터 한달 후 중국 베이징에서였다. 박찬호가 ‘차이나 시리즈’로 명명된 LA 다저스-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 중국 시범경기 1차전(3월15일, 이하 한국 시간) 선발 등판을 맡아 조 토리감독과 함께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태평양을 건넜기 때문이다. 좋은 인연이 되려고 했던지 이 경기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면서 박찬호는 조 토리 감독의 신뢰를 얻게 된다.
박찬호의 아내 박리혜씨는 당시 베이징에서 ‘LA 타임스’지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남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녀는 “LA 다저스에 일본인 투수 구로다가 새롭게 선발로 왔는데 찬호씨가 구로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박리혜씨는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것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30일 결혼식을 올린 박리혜씨가 2001시즌까지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박찬호의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마지막 순간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보스턴과의 마지막 시범 경기가 열린 3월31일 최종 통보를 받은 그는 실망감이 컸던지 게임도 보지 않고 일찍 구장을 떠났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를 내려 가보니 박찬호의 라커는 비어 있었다.
다음 날 박찬호는 USC 대학 구장에서 최종 불펜 투구를 했다. LA 다저스의 트리플A 팀인 라스 베가스로 이동하기 전에 동계 개인 훈련을 도와준 코치 톰 하우스와 마지막 조율을 한 자리였다.
이때 박찬호에게 ‘아내가 마이너리그 행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물었다. 박찬호는 웃으며 “내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다.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고 당당하게 행동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박찬호가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배경에는 가족의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박리혜씨는 미국 뉴욕과 프랑스 리용 등에서 수학한 국제적인 요리 전문가이다.
일본어와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며 ‘박리혜의 메이저밥상’이라는 푸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박찬호는 아내에 대해 “가끔 야구장에 온다.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박찬호는 지난 해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5월1일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전에 선발 등판, 4이닝 7실점의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경기 후 박찬호는 팀과 함께 이동해 애리조나 원정 경기 등판을 준비하다가 전격적으로 마이너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남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애리조나 피닉스로 박리혜씨와 딸 애린 양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게 한 바 있다. 박찬호도 지난 해 자신의 메이저리그 등판이 1게임으로 끝날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못했었다.
박찬호는 18일 오전 4시55분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 에인절스전에 올시즌 첫 선발 등판하게 되면서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의 꿈을 이뤄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좋은 투구 내용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장윤호 특파원 [changy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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