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8월초에 한국의 국산마들이 경마 선진국 미국 경주마와 한판 승부를 펼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경마 국제화 추진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한국마사회(회장 이우재)는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 국산 1~2군 마필 중 경쟁력 있는 마필을 선발해 7월께부터 미국 동부지역 경마장에서 개최되는 경주에 출전시킬 예정이다. 현재 유력한 경마장은 델라웨어주 델라웨어 경마장, 메릴랜드주 로렐 경마장,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 경마장 등 3곳이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마주들의 원정 신청을 받아 최고의 마필 2두(예비마 2두)를 선정하는데 국산 1~2군 중 상금순위 상위 마필이 대상이며 마령에는 제한이 없다.
마사회는 서울보다는 부경 마필들이 원정에 적극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신청한 마필 가운데 '원정마 선정위원회'에서 능력지수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선정할 예정이다.
마주와 조교사들이 해외원정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검역과 수송비용, 현지 위탁관리 비용 등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매월 1000만원 가량의 장려금과 대상경주 입상 시 상금과 별도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번에 국산 마필들이 뛰게될 경마장은 미국의 중상위급 경마장이다. 또 출전하는 경주도 중상위급 레이스로 총 상금 3만~5만 달러의 레이스가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1위 마필이 총상금의 60% 정도를 가져가는데 4만달러 경주에서 우승할 경우 2만4000달러 정도를 획득할 수 있게된다.
미국을 첫번째 원정지로 선정한 것은 미국 경마장이 한국과 비슷한 모래주로이고 외부에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는데다 검역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 뉴질랜드, 두바이, 일본, 유럽 등은 경주마 검역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한달 이상이 걸려 현재로서는 출전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미국은 검역조건이 상대적으로 간단해 한국에서 출발한 뒤 열흘 정도면 현지에 도착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은 애초부터 해외 원정국 1순위로 꼽혀왔다.
경주마 선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경우 한국 경주마들은 7월 중순이나 말께 현지에 도착한 뒤 적응을 거쳐 8월께부터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마사회는 한국 마필들의 경쟁력과 관련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 중위권 경마장을 전전하던 '섭서디'가 한국에 건너와 지금은 외산마 강자로 군림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경마의 수준이 높지만 조교강도를 높여 경주마의 능력을 쥐어짜는 경주가 많다는 것이 마사회의 진단이다.
한국의 1군 경주마가 기록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지에서 관리사들의 집중 조교를 받으면 붙어볼만 하다는 것이다.
기수와 조교는 가급적 현지 기수와 조교사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해당 마주가 강력하게 한국 조교사와 기수를 기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면 가능하다.
경마전략팀 정태인 과장은 "싱싱한 3세마보다는 4~5세 부경 마필들이 많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4년간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한국 경주마의 가능성을 타진한 뒤 이후에는 두바이 경마장을 노크할 것이다. 해외 원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국제화 프로젝트는 ▲해외 원정으로 국산마 수준을 높이고 ▲국제초청경주와 국제오픈경주를 개최해 국내경주 등급을 높여 최종적으로 '파트1'(현재는 파트3)에 진입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은 이미 파트1에 진입해 호주 멜버른컵에서 자국마가 1~2착을 휩쓰는 등 경마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박수성 기자 [mercu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