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 광주 KIA-롯데전은 많은 점수가 나지 않았지만 경기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었다. 20일 KIA가 3-2로 승리한 날에는 3시간 21분, 21일에는 3시간 23분(롯데 6-5승), 22일에는 3시간 20분(6-2 롯데승)이 걸렸다. 점수가 적게 난다고 해서 경기 시간이 짧아 지는 것은 아니다. 잔루가 많아도 경기시간은 늘어난다.
그런데 이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과연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이 '경기 시간을 줄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의심스러웠다는 점이다.
코칭스태프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이 보이지 않았다. 투수 교체 때나 타임을 걸고 여전히 천천히 걸어간다. 유승안 경기감독관은 "1,3루 라인까지만 좀더 빨리 걸어나가기만 해도 전체 경기 시간은 몇분 줄어들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선수들도 여전하다. 첫날 롯데 선발 투수였던 이용훈이나, 둘째날 중간계투로 나온 롯데 강영식, 마지막 날 KIA 좌완 양현종 등은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투구 간격이 길어진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다시 발을 풀고 송진가루를 묻히는 등 쓸데없는 동작이 많았다. 세월이 만들어낸 '습관'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뿐 아니라 삼성의 전병호 등 각팀마다 시간을 잡아먹는 선수들이 한 두명씩은 꼭 있다.
물론 그런 동작이 개개인의 스타일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주자가 있는데 좀 더 긴장을 하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법이다.
하지만 현재 프로야구는 전체적으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냥 늘어지는 경기 시간 때문에 프로야구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에 갖가지 촉진룰을 만들었다. 투수 교체시 투구수는 3회로 제한하고, 타임 요청은 2번밖에 할 수 없고, 마운드에서도 30초 이상 머물지 못하도록 하는 등 10여가지의 스피드업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도 올 해 경기 시간은 3시간18분이나 걸렸다. 지난 해 보다 1분 줄어들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토요일 KIA-LG전 등 활발한 타격전은 그렇다치더라도 롯데-KIA전과 같은 경기를 3시간 이상 본다는 것은 '인내와의 싸움'이라고 할 만큼 지루하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결국 팬들도 발길을 돌리게 된다.
공교롭게도 지난 22일 메이저리그에서도 촉진룰을 만들어 경기를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 해 빅리그 경기시간은 2시간 51분42초였다. 우리보다 27분이나 빨리 끝났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타자들이 신속히 타석에 들어서도록 촉구'하는 등 여러가지 규칙을 마련했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마른 수건을 더 쥐어짜는 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서재응이 지난 달 "결국 경기 시간 단축은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많은 촉진룰을 만들어 놓아도 지금과 같이 선수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경기시간을 줄이자'는 KBO의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이석희 기자[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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