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골프…이제는 당구팀까지. 스포츠팀을 매개로 한 연예인들의 활동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이 취미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연예계 구성원들과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바쁜 일정을 접어두고 주말에는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보낸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연예인 스포츠는 당구. 지난달부터 MBC ESPN이 4개 연예인 당구팀을 주축으로 리그를 만들면서 평소 당구를 즐기던 연예인들의 리그 가입 및 팀 결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구팀을 통해 취미 생활도 하고 인맥 관리도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취미 즐기고, 인맥 쌓고…한 큐의 마술
최근 열린 개그&빌리어드팀과 배드 보이즈의 대결. 개그&빌리어드팀 소속 장동민의 마지막 스리 쿠션 샷이 마술처럼 목표 당구공에로 향했고, 그 장면을 바라보던 배드 보이즈 소속 이광기와 김경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관객석은 환호성 그 자체.
연예계에서 삼삼오오 당구대에서 모이던 연예인들이 양지로 나왔다. 4개 팀이 2주에 한 번씩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것. 현재 4개 팀의 구단주를 맡고 있는 김창렬·정준하 등의 발의로 리그화 됐다.
▶간다, 연내 10개팀까지
4개 팀은 각각 자신이 최강팀이라고 주장한다. 경기 때마다 5대5 스리 쿠션 대결이다. 팀마다 멤버의 수는 각각 다르며, 멤버가 10명 이상인 팀도 있다.
김창렬을 구단주로 두고 탤런트 오지호·영화 배우 임창정을 비롯 개그맨 남희석·변기수·가수 전진·박지헌·리쌍·송호범·성대현·데프콘 등이 속한 '만신창이', 김구라를 구단주로 탤런트 이광기·이계인을 비롯 개그맨 정종철·김경민·양배추·유남석·김민수 등이 속한 '배드 보이즈', 김대희를 구단주로 김준호·장동민·유세윤·정명훈·유상무·김원효·이종훈 등이 속한 '개그&빌리어드', 정준하를 구단주로 이수근·이동윤·최코디·이상민과 이상호 등이 속한 '빌리어드 챔피언'을 합쳐 4개 팀이다.
평소 개인적으로 당구를 즐기다가 김창렬 팀에 들어간 남희석은 "골프의 경우 하루 종일 걸리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쉽지 않은 운동이다. 당구는 틈만 나면 어디서든 칠 수 있으며,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다. 당구는 특별히 승부 근성이 강한 연예인들이 모인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 중에도 당구팀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다. 현재 추세라면 연내 10개팀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리그를 치르고 있는 팀들 이외에도 탤런트 이기영을 중심으로 한 탤런트 팀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성우들도 팀을 결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당구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주최측은 "현재 PC방이 줄고 당구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서 세계 스리 쿠션 대회가 열리며 당구 붐이 불었다"면서 "최근 김대희가 자신의 아내를 대회에 데리고 왔다. 가족을 데리고 온 첫 사례로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당구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
4개 당구팀을 보면 연예계 인맥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구단주의 운영 철학과 인맥에 따라 팀의 정체성과 멤버가 결정된다. 김구라 팀의 경우 연예 프로그램에서 단짝으로 등장하는 이광기·김경민이 좌청룡·우백호 꼴이다. 노장 이계인과 정종철·부활의 김태원·'웃찾사'의 유남석 등은 김구라와 교감을 느끼는 사이. 그러나 일단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남희석은 "원래 김구라팀에 들어가려 했는데 내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친분이 있는 김창렬팀에 들어가게 됐다. 김구라가 후회하도록 실력을 키우겠다"며 웃었다. 김창렬팀에는 남희석과 절친한 후배이자 실력자인 변기수가 포진해 있다.
'개그&빌리어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대희의 철학은 남다르다. 이 팀은 반드시 '개그콘서트' 출연자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김대희는 "나는 친분 관계를 떠나서 실력을 검증 받은 사람만 뽑는다. 대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준하는 '개그&빌리어드' 자격이 안 돼 따로 팀을 만든 사례다. 이 팀 멤버인 이수근의 한 측근은 "정준하와 김대희 등이 평소 같이 당구 치는 사이다. 정준하가 김대희팀에 들어갈 수 없어 독립했다. 이수근은 정준하와 MBC TV '식신원정대'를 같이 하고 있는 사이라 정준하팀으로 들어갔다. 김대희가 지원해주어 다른 개그맨들도 정준하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나친 승부욕으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리그에서 모 팀이 승리를 위해 프로선수 출신을 끼워 넣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비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