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가 지난 29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또 31일은 대한민국 국회가 개원한지 정확히 6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새롭게 시작된 18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웃을 일만 안겨주기를 기대하면서 17대 국회의 4년과 국회사 60년을 정리하고, 18대 국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17대 국회엔 이런 일도!’
지난 4년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사건들도 적지 않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 황당함 속에 국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 보낼 수는 없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발생했던 ‘황당 사건 베스트 5’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18대 국회에선 황당 사건이 아닌 ‘감동 사건’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성희롱
2006년 2월 26일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현 무소속)이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 의원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는 변명을 했고, 이 말은 또다시 여성들의 분노를 샀다.
이 사건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한광원 의원(현 통합민주당)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올해 4월 3일에는 총선에 출마한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MBC 여기자의 볼을 건드리면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본회의장에서 50대 남자 정모씨가 소란을 피우다 국회 경위들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
■인분난동
2007년 6월 11일 오전 11시경. 50대의 정모씨가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검찰을 개혁하라”며 소란을 피우다 국회 직원들에게 제지 당했다. 끌려나간 정씨는 가방 안에 든 인분 봉지를 국회 1층 방호실에서 뿌리며 “검찰이 썩어 있는 증거 자료다”라고 외쳤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사기 사건으로 검찰에 고소한 사람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대해 담당 주임검사를 처벌해 달라는 1인 시위 등으로 항의했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2의 김두한’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 사건은 정씨에 대해 징역 8월이 선고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여성단체 회원 20여명이 2007년 6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선고 유예 판결을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폭소클럽
2005년 6월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현 자유선진당)은 대구 지역 기업인들과 함께 골프를 친 뒤 술을 마시다 “왜 여당에만 후원금을 내느냐”라며 맥주병을 수 차례 벽에 던지는 등 추태를 부렸다.
7월 21일에는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구협의회 행사 자리에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얼굴에 술을 끼얹고, 심재연 민주평통 송파구협의회장의 이마에 잔을 집어 던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외에도 갖가지 술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비뚤어진 술 문화를 바로잡아 보자는 ‘폭소클럽’(폭탄주 소탕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회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국회에 망치와 폭탄주 잔을 들고 나와 술잔을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골프파문
2006년은 정치권이 골프로 홍역을 앓았다. 이해찬 전 총리가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름에는 ‘수해 골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7월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부적절한 골프를 문제 삼아 이해찬 총리를 물러나게 했듯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도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당사자는 홍문중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었다. 박 대변인은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을 혼동한 것. 브리핑 후 기자실을 나서다 오류를 지적 받은 박 대변인은 “착각을 한 것 같다. 브리핑 내용을 취소한다”고 밝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시간이 계속 늦어지자 손봉숙 민주당 의원이 ´시간엄수´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시간엄수
2005년 5월 3일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손봉숙 의원(현 통합민주당)이 이색적인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간엄수’라는 A4용지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늦게 들어오는 의원들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아 3시로, 또 4시로 연기되자 즉석에서 본회의장 의사국 직원에게 종이와 펜을 빌려 피켓을 만들었던 것이다. ‘코리안타임’을 능가하는 이런 ‘국회타임’성 지각 회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04년 7월엔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이 “정시에 참석하는데 성적이 좋은 분은 앞으로 표창을 하도록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