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원산지 표시를 감시하는 이른바 ‘쇠파라치(쇠고기)’와 ‘식파라치(식당·음식)’가 만연할 전망이다.
원산지 표시 대상 음식점 수가 총 57개 만여에 달하는 반면 상시 단속 인원은 고작 650여 명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포상금을 내걸고 시민들의 자발적 감시와 단속을 유도할 계획이다.
▶포상금 최대 200만원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고시의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원산지 허위 표시 물량 가치가 500만원 미만이면 10만~50만 원 ▲허위 표시 물량 가치가 500만~10억 원이면 100만~200만 원 ▲미표시 과태료가 50만원 이상이면 10만~50만 원을 신고 또는 검거한 민간인에게 줘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지금까지 유통 단계 원산지 단속에 적용되던 것으로, 이제 음식점까지 대상에 포함된 만큼 현실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원산지 단속 주체인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의 관계자는 "일단 최대 포상금 200만원은 그대로 두지만, 세부 지급 기준과 액수는 손질해야 한다"며 "이달 말 새 농산물품질관리법 실행 시점에 맞춰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원산지 표시가 없는 식당 한 곳만 신고해도 최저 1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대상 음식점이 57만 곳에 이르는 현실상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전문 신고꾼’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유통 과정의 농산물 부정 유통 사례를 민간인이 신고한 것은 910건이었고, 총 2억 355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검역원은 되레 감소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음식업중앙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일반 음식점 수는 57만 3000여 곳, 소·돼지·닭고기 취급 업소는 22만 8000여 곳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요처인 구이류 쇠고기 취급 업소만 해도 무려 4만 4236곳이다.
정부는 이 같은 대상 확대에 맞춰 농관원의 특별사법경찰을 4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지자체 인력 243명, 생산·소비자단체 등 명예감시원 3530명을 더해 616개 반 4773명의 단속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초기인 6~8월 특별단속기간의 운영 계획일 뿐이다. 9월 이후 상시 단속반은 농관원 직원 112명(원산지단속 112 기동대)과 명예감시원 500명 등 모두 612명(56개 반)으로 구성되고, 농관원 15명, 한우협회유통감시단 30명 등 45명(15개 반)의 '전문 단속반'은 가장 큰 이슈인 음식점 쇠고기 원산지 단속을 전담할 예정이다. 결국 전국 57만여 식당의 원산지 단속 업무가 불과 657명(612명+45명)에게 집중되는 셈이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담당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이미 검역원 정원이 619명에서 585명으로 줄어 검역관 및 연구원 등이 더욱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달 29일 최도일 농산물품질관리원장에게 "도대체 얼마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이냐"며 걱정스럽게 물으며 "사람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 기조가 조직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ㅇ파라치란.
‘쇠파라치’, ‘식파라치’ 등 각종 ‘ㅇ파라치’의 어원은 ‘파파라치’에서 나왔다. ‘파파라치(paparazzi)’란,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귀찮게 달려드는 벌레를 뜻하는 말이다. 유명인들의 스캔들을 노려 그들의 사생활을 몰래 찍는 사진사를 뜻한다.
하지만 다른 단어와 결합했을 때, 파파라치는 ‘몰래제보꾼’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쉽게 말해 타인의 불법적인 행동을 카메라로 찍어 제보하는 사람이라는 뜻. 사진을 증거로 이를 해당기관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는다.
‘봉파라치’는 각종 매장에서 무상으로 일회용 봉투를 제공하는 것을 촬영해 행정기관에서 포상금을 받는 사람이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고발하여 보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쓰파라치’라고 한다.
‘카파라치’는 교통위반 차량을 몰래 촬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2006년 2월부터는 불법 영화파일을 유통시키는 사람을 신고하면 만 원의 포상금을 주는 ‘영파라치’ 제도가 시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