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인 명동에 20여 곳의 도깨비터가 있다고 한다. 기운을 잘 누르면 부자가 되고,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우환에 시달리다 망해 나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전국 곳곳엔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소문난 흉가도 즐비하다. 인간의 흥망성쇠와 길흉화복을 좌우한다는 땅.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가볍게 웃어 넘기기에는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체험담이 너무 생생하다. 소문난 도깨비터를 찾아봤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다. 이 건물은 주인이 절대 내놓지 않는다. 영원히 비싼 터다.” 흉지와 길지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위해 퇴마사와 함께 명동에 들렀다. 그가 한 건물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그렇다면 한국 최고 상권인 명동에서 제일 좋은 명당은 어디일까. “여기 이 가게다. 밖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들어가 보면 왜 복을 받는지 알게 된다.”
그가 안내한 곳은 중국 대사관 앞의 평범한 커피전문점. “중국 대사관엔 원세개의 혼령이 살고 있다. 명동 최고의 명당이다. 이 커피점은 창문이 넓어서 그 기를 흡수한다. 때문에 이곳도 명당이 됐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이 커피 전문점은 이터에서만 40년간 장사를 계속해왔다. 원세개 일화도 이곳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비밀 아닌 비밀이다. 커피 전문점 지배인은 “창문 덕을 많이 본다. 건물로 빼곡한 명동에서 이렇게 전망 좋은 곳이 없다. 산속에 와서 커피 마시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최고 명당이란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가 도깨비터 같다는 주인의 제보를 받고 경기도 한 유흥주점에 찾아갔다. 주인은 장사를 시작한 1년 전부터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어떤 날은 엄청나게 장사가 잘된다. 그런데 웬지 섬뜩한 기분이 드는 날은 우리집만 매출이 전혀 없다.”
유흥주점 주변엔 상권이 형성돼있어서 그 집만 손님이 안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스님이 둘러보더니 도깨비터라고 했다며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중개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 가게의 상권은 입지 상 최고 수준이지만 주인이 자주 바뀐다고 했다. 퇴마사는 주인이 섬뜩하다고 느낀 곳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도깨비터라는 경기도의 한 음식점 주인은 ‘대감 항아리’로 도깨비와 화해했다고 한다. 항아리에 좋아하는 음식과 돈을 넣어 바치자 개업 이후 줄곧 적자에 허덕이던 가게 매상이 신기하게도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거주자들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직접 보지 않는 것은 안 믿는 스타일이다. 여기 와서 보니 정말 귀신이 있긴 있다.” 도깨비터로 유명한 한 집터에 동행한 흉가체험 동호회 회원도 혼령의 기운을 감지했다며 두려워했다. 퇴마사의 말에 의하면 심지어 음식점 앞에서 손님을 밀어 넣는 ‘삐끼 귀신’도 있다고 한다.
인간사에는 이성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있다. 귀신이나 도깨비를 믿고 안 믿고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덕을 행하는 사람에겐 귀신조차도 복을 내려준다는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옛날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만 여겨졌던 도깨비가 가게나 집이 흥하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취재진에게 들렸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제보까지 들어왔다. 도깨비는 실존하는 존재인지, 있다면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취재진은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도깨비가 존재한다는 제보를 했던 한 유흥주점의 업주부터 만나 보기로 했다. 업주는 스님과 무속인을 통해 도깨비가 존재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업주 스스로도 가게의 특정한 공간에 가면 어김없이 소름이 돋고, 불 꺼진 가게안에서 불을 다시 켜는 등 장난질을 하는 어떤 존재가 있음을 종업원들까지 느끼게 되었다.
궁금증을 풀어 보기 위해 퇴마사를 데리고 가게를 찾았다. 퇴마사는 분명히 도깨비가 존재하고 잡귀신도 많다며 도깨비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처방까지 내려주었다. 업주는 퇴마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탄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깨비의 존재를 취재진이 확인 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선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자신이 몸으로 겪어보지 못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도깨비의 존재나 다른 영혼의 도움을 받아 뭔가를 이루려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들이 있는 곳이 길지 일 수도 있고 흉지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상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