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1군에 올리면 될지 말 좀 해달라."
LG-SK전이 열린 1일 잠실구장. 김성근 SK 감독은 투수 윤길현(25)의 근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도리어 되물었다. "언제 쯤이면 윤길현에 집중된 비난의 시선이 사라질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노(老)감독의 고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홈 경기에서 엔트리에 등록시키지 않고 1군에만 합류시켜 훈련을 시켰던 윤길현을 이번 잠실 원정에 동행시키지 않았다.
사건의 파장을 놓고 볼 때 "윤길현의 1군 합류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1군 엔트리 복귀 시점을 물어본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김 감독은 "윤길현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행동 자체는 잘못했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야구인생 자체가 기로에 놓여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 따르면 "윤길현은 야구는 둘째치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한다.
윤길현은 지난달 15일 인천 KIA전에서 빈볼시비 끝에 11년 선배 최경환(36)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TV 화면에 잡힌 그의 볼품없는 행동은 온라인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고, 구단의 미숙한 대응과 맞물려 윤길현은 '그라운드의 패륜아'로 낙인찍혔다.
일파만파로 확산되던 사태는 18일 윤길현이 2군으로 내려가고 이튿날(19일) 신영철 사장과 김성근 감독의 공식사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윤길현만큼은 아직 용서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김 감독은 7월 중 복귀시킬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8월에는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한 휴식기가 있어 그때까지 놔뒀다간 올 시즌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거창한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그라운드에서 빚어진 일이니만큼 그라운드에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줘야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잠실=정회훈 기자 [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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