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페넌트레이스 전반기 마지막 게임인 14일(한국 시간) 플로리다전을 마친 LA 다저스의 박찬호는 대부분의 동료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를 떠난 후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잔뜩 아이싱을 해 ‘로보캅’과 같은 모습이었다.
“피칭을 조금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느라 늦었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한 박찬호는 “후반기 첫 등판인 22일 콜로라도전 선발 등판 준비를 위해 휴식일인 16일 다저스타디움이나 집 근처에서 한차례 불펜 피칭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찬호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전반기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11일 플로리다 말린스전(4이닝 9안타 4실점)에서 부진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질문했다. 당시 호투했던 여러 전 경기들과는 다르게 마운드에서 계속 망설이고 주저했던 동작들이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박찬호는 씩 웃으며 “사실 그날 아침부터 4차례나 심하게 설사를 해 약을 먹고 링거를 2병이나 맞고 등판했다. 그런데 몸이 떨리고 힘이 쭉 빠져서 정말 던지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포수와 사인도 잘 안 맞았다. 포수 사인대로 던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밝혔다. 전력 투구로 공을 던지고 나면 다시 새로운 힘이 솟아 나야 하는데 오히려 몸이 떨려왔다고 했다.
박찬호는 그 전날 굴을 넣은 순두부를 먹었다고 한다. 지난 6월28일 LA 에인절스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순두부를 먹은 뒤 6이닝 4안타 무실점 역투로 3승째를 거둔 좋은 기억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히 예민한 몸에 좋은 투구를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겹쳐 속에서 탈이 나고 만 것 같았다. 올스타전 휴식에 들어가는 박찬호와 편하게 나눈 대화들이다.
_후반기는 선발 등판이 예고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다. 오히려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스프링캠프부터 있었던 부담감이다. 언제까지 기회가 올지 모르나 등판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던지겠다.”
_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내용이 최근 들어 나빠진 것 같다. 왼손 타자가 아니라 왼손 투수인지도 모르겠다.(6월22일 클리블랜드 왼손 선발 사바시아에게 홈런, 11일 플로리다 자시 존슨에게 적시 안타를 맞은 얘기를 하며)
_4일에 걸친 올스타전 휴식 기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정말 푹 쉴 생각이다. 지쳤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피로가 많이 쌓였다. 아무래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필요할 때 휴식기가 와 다행이다.”
_전반기의 모습이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돼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1996년과 비슷하다.“그런 것 같다. 참 세월이 많이 갔다. 그 때는 선발 기회가 10경기가 있었다. 올해는 그 만큼 기회가 올 지 모르겠다.(박찬호는 1996년 선발 10경기 포함 48게임에서 5승5패, 평균 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올시즌은 현재 선발 5게임 포함 25경기에서 4승2패, 평균 자책점 2.63을 마크 중이다.)
-후반기에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역시 아프지 않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쳐야 한다. 기회가 오면 자꾸 성적에 집착하게 되는데 욕심을 버리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겠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특파원 [changy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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