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기한 실격 선수’인가.
KBO 상벌위원회가 17일 정수근에게 내린 ‘무기한 실격 선수’ 제재는 프로야구에서 ‘영구 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그동안 강혁과 펠릭스 호세에게 ‘영구 제명’이 가해진 적은 있으나 ‘무기한 실격 선수’는 정수근이 처음이다. 영구 제명이 ‘사형’이라면 무기한 실격 선수는 ‘무기 징역’에 비유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의 근거는 야구규약 제 146조 2항으로 '감독, 코치, 선수, 심판위원 또는 구단의 임직원이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된 경우, 총재는 영구 또한 기한부 실격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야구활동정지, 제재금, 경고처분 기타 적절한 제재를 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04년 정수근이 시민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을 당시 받은 ‘무기한 출장 정지’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위의 징계다. 이 조치는 20경기 출장 정지 후 해제됐다. KBO 관계자는 “출장 정지는 소속 구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지만, 실격 선수는 프로야구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KBO는 전날 롯데 구단이 정수근에 대해 신청한 임의탈퇴 공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선수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구단이 임의탈퇴 카드를 빼든 건 프로야구 27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임의탈퇴는 선수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롯데가 신청 과정에서 정수근의 의사를 담지 않았기에 공시하지 않았다"며 “1년간 출장할 수 없고 연봉을 받지 못하는 임의탈퇴보다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이 오히려 더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KBO 상벌위원회는 예상보다 긴 2시간 여의 회의 끝에 영구제명보다는 낮지만 강력한 규제책이면서도 감경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어낸 묘안으로 ‘무기한 실격선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손민한)는 "정수근은 분명히 큰 잘못을 했다. 하지만 본인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선수 생명을 끊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임의탈퇴에는 선수 본인의 동의가 필요한데도 구단의 신청만으로 KBO가 이를 공시하는 건 절차상 문제도 있다"고 반발했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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