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엔 감자를 소금 쿡 찍어 먹으면 최고죠.” 전라북도 무주로 내려온 지 12년, 장영란·김광화 부부(www.nat-cal.net)는 저절로 제철 음식 애찬론자가 됐다. 전망 좋은 산기슭에 집 주위에 철 따라 씨 뿌리고 곡식을 거둔다. 밭에는 제철 야채와 들나물이 가득하다. 살짝 데쳐 된장·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치면 훌륭한 반찬이요 건강식이다.
▲철 모르고 먹는 음식, 질병 불러
아내 장영란씨는 “건강한 땅에서 태양을 듬뿍 받고 자란 제철 야채와 나물은 생명력이 가득한 ‘명품’이다. 현대인 잦은 병치레는 철이 다른 야채를 섞어 먹는 데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명품을 먹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장씨는 “밭을 갈아 엎지 않는 무경운 경작을 하기 때문에 밭에 철 따라 나물이 무성하게 난다. 밭에 김을 매다 보면 나물 캐는 것인지 김 매는 것이지 모를 정도다. 된장국이 허전하다 싶으면 눈에 보이는 질경이 잎 서너 개를 따다 넣는다”면서 “텃밭에서 푸성귀만 자급자족해도 현대인들이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도시 아이들이 야채를 잘 안 먹는 것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급식 때 매주 하루는 제철 음식을 제공하면 어린이 건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김광화씨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과 리듬을 같이 할 때, 제철 음식을 먹을 때 몸이 순조롭게 운행한다. 밭 일을 하고 땀을 흘린 뒤 오이 밭을 지나가면 오이가 나를 당기는 것 같다. 한번 베어 물면 피로도 풀리고 온몸이 시원해진다. 몸이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챙긴다. 제철 음식이야 말로 진짜 보약이다”고 말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제철의 힘을 실감했다. 배추는 2~3개월에 쑥쑥 자란다. 김장 김치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찬바람이 일어나는 여름철 끝 무렵에 심어야 한다. 조그만 빨리 심으면 싹이 올라오자마자 식욕이 왕성한 벌레 밥이 된다. 제대로 싹이 올라올 수 없다. 벌레들이 식욕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파종한다. 곡식을 제때에 심으면 알아서 크고 사람 손이 적게 간다. 그래서 제철 음식은 싸다.
▲자연을 살려 단순하게 요리
제철 음식은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입맛까지 깨어나게 한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또 제철음식끼리 궁합이 잘 맞는다. 여름 오이는 매실과, 가을 무는 홍시와 잘 어울린다. 오이가 한창 열릴 때는 매실 장아치가 맛이 든다. 오이를 먹을 때 매실 장아찌를 곁들인다.
여름에는 땀을 적당히 흘려야 하고 겨울에는 덜 움직이고 적게 먹어야 건강하다. 지금은 오이·감자·부추·토마토·옥수수 철이다. 보리밥도 좋다. 시원한 물에 띄워 먹는 물 오이지는 한여름을 잊게 해준다. 김씨는 “옥수수는 따자마자 삶아먹으면 입이 쩍쩍 들어 붙을 정도로 달고 차지다. 딴 지 하루가 지나면 당도가 뚝 떨어진다”며 옥수수 예찬론에 빠졌다. 겨울에는 고구마가 제 맛을 낸다. 고구마는 오래 둘수록 서서히 숙성해 단맛이 많아져, 한겨울 추위를 이기는데 한몫 한다.
그들은 ‘단순하게 먹자’주의자들이다. “자연의 모습을 살려 먹는 것이 자연의 생명력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윤이 반질반질 나는 싱싱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먹는 것 보다, 찐 감자를 소금에 찍어먹는 것 보다 더 좋은 요리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입맛이 단순해지면 오이 향이 왜 향기로운지, 당근이 씹을수록 얼마나 고소한지, 돼지감자를 왜 멧돼지가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물·야채들의 단순한 자연 요리법을 모아 ‘자연 그대로 먹어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