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 in the hole.” 영어로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콰쾅”하는 폭발음이 들린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미군 영평사격장에서는 한·미 연합 소부대 공병훈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군과 미군 공병대가 합쳐지니 폭발의 위력도 배가 되는 듯했다. 제26기계화보병사단과 자매결연 부대인 미 2사단간의 이번 연합훈련은 공병대로서는 사상 처음이다. 양국의 최신 교리와 전술적 의견 교환, 상호 전기전술의 체험은 물론 4박 5일간 함께 합숙하면서 우호도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닮았다-철조망 설치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늦여름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미군이 등에 메단 휴대용 물통의 호스를 한국군 병사가 입에 물고 마시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전투식량은 물론 서로간에 음료수를 나눠먹는 사이 어느새 언어적·문화적 장벽도 사라진 것이다.
특히 2단 3열 윤형철조망을 15m 구축하는 훈련에선 눈짓과 몸짓만으로 서로 통할 정도다. 물론 철조망 설치 훈련이 두 군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훈련 전에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분대장 등 팀 리더가 모여 훈련내용을 서로 견학하고 실습, 단결활동 준비에 협조해 온 덕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땀방울과 함께 따듯한 전우애가 느껴지는 훈련모습 뒤편으로 이따금 폭발음이 들려왔다. 도시지역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 훈련모습을 보기 위해선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해야만 했다. 이곳의 분위기는 배움의 열정과 함께 사뭇 진지함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다르다-도시지역작전
이라크전을 통해 도시작전에서 효율적인 폭발 방법을 발전시켜온 미군이 문고리 폭파 시범을 보이자, 한국군 공병대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폭발병인 전상진 병장은 “교량이나 낙석과 같은 큰 폭파만 하다 출입문 잠금부분만 터뜨리는 작지만 강한 폭파를 보니 새롭다”며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도넛 차아지’(문고리 폭파) ‘실루엣 차아지’(벽체·철문 완전폭파) ‘뎃 코드 라이너 차아지’(연결부위 부분폭파) 등은 건물 안 게릴라 제압 때 필요한 기술로 한국군 공병에겐 다소 생소한 부분이다. 공병 3중대장 김동욱 대위는 “매듭법 대신 절연테이프를 이용하는 등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눈에 띈다. 우리 군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미군 2사단 전투공병소대장인 터빌콕스 중위도 “서로의 작전수행방식을 알게 되면서 지형이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기술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이 소득이다. 또한 군복과 언어는 다르지만 오히려 서로 차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연합훈련에 만족해했다.
산과 개울이 많은 한국지형의 특성에 맞춘 폭파 전술을 갖춘 한국군 공병대원들의 뛰어난 실력과 도시작전에서의 신속함을 갖춘 미군 공병대원들의 최신 교리와 전술이 만나니 이들 앞에 장애물이란 그저 모래성처럼 보일 뿐이다.
<팁> ■도시지역작전 폭파
▶도넛 차아지(문고리폭파)- 가장 간단한 출입문 폭파방법으로 신속한 건물내 침투가 요망될 때 사용. 최소한의 폭약량 사용만으로 극복가능.
▶뎃 코드 라이너 차아지(연결부위 부분폭파)- 도넛 차아지보다 정밀한 방법으로 출입문 연결부분을 폭파하여 통로를 개척하는 방법. 문고리 주변에 설치한다.
▶실루엣 차아지(벽체·철문 완전폭파)- 적에대한 정보가 충분하고 투입전에 사전제작하여 실시간에 설치가 가능함. 보통 출입문을 3∼5가닥의 도폭선으로 극복가능. 콘크리트벽은 10가닥의 도폭선으로 극복가능.
포천=글·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