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잊지 마오 / 저 하늘빛처럼 / 푸른 우리들의 맹세를….'(중종·조광조·민정호 삼중창 '뜻을 높이 세우소서' 중)
지난 6일 경희궁의 본전인 숭정전 지붕 위로 세 사나이의 힘찬 노래가 솟구쳐 올랐다. 야외의 밤 공연이라 담요를 덮어야 할 정도로 추웠지만 몸 한 구석이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중종(한지상)·조광조(조정석)·민정호(고영빈) 등 개혁을 꿈꾸는 세 사나이의 패기가 고색창연한 궁궐과 어울려 극 중 리얼리티를 전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대장금'은 향후 '명성황후'에 필적할 만한 독특한 공연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 달 10일로 '난타' 탄생 11주년을 맞는 PMC프러덕션(이하 PMC)이 새로운 명품을 탄생시켰다. 뮤지컬 '대장금'(11일까지 경희궁)이다. PMC는 '대장금'을 필두로 올 연말까지 창작 뮤지컬 5편을 무대에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장금' 이외에 '뮤직 인 마이 하트'(오픈런, 대학로 자유극장) '젊음의 행진'(11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달고나'(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 '형제는 용감했다'(12월 5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등이다. 올해 '난타' 제작 11주년을 맞은 PMC의 행보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대장금', 박진감이란 무기를 갖다
MBC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탄생한 '대장금'은 확실히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실망스럽다는 평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드라마를 그대로 압축한 것 같다, 킬러 음악이 없다라는 약점들을 지적 받았다.
'난타'를 제작한 PMC의 저력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올해 '대장금'이란 제목만 빼고 음악·연출·스토리를 싹 바꾸며 전통적인 미에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시켰다. '대장금' 제작진은 "번외편이란 생각을 가지고 다시 작업했다. 조광조 역이 새롭게 들어가고, 정치적 갈등 속에서 장금이의 성장 이야기를 풀어갔다"고 밝혔다. PMC는 올해 '대장금' 한 달 공연을 위해 20억 원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올해 '대장금'은 경희궁을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구현했다. 얼핏 '대장금'을 생각하면 여성적인 무대를 떠올리기 쉽지만 무대는 오히려 역동적이었다. 장금이가 연인인 민정호·조광조와 한편이 되어 수구파에 맞서며 대장금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연출이나 안무가 브로드웨이적이지 않아 관객에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제작자들이 전통과 현대라는 키워드 사이에서 충분히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정치적 갈등 속에서 우정을 노래하는 남성들의 노래가 인상적이었지만 장금과 민정호의 사랑을 다루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가 보이지 않는 점은 '대장금'이 보완할 약점이다.
●창작 뮤지컬, 더욱 내실 기해야
연말까지 내놓는 PMC의 창작 뮤지컬 라인업은 독보적이다. 모두 장기 공연이 가능한 것들로 수정·보완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젊음의 행진'과 '달고나'는 추억의 인기 가요들을 뮤지컬 넘버로 하는 가요 뮤지컬이다.
우선 11월 선보이는 '젊음의 행진'이 기대작이다. 배금택의 인기 만화 '영심이'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심이가 33살의 콘서트 기획자가 인기 프로그램인 '젊음의 행진'을 제작한다는 내용.
탤런트 김지우와 SG워너비 출신의 김용준이 남녀 주인공을 맡아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첫 선을 보였을 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올해 새롭게 기대해 볼만한 작품이다.
'뮤직 인 마이 하트'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대학로에서 꾸준히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PMC 측은 "소극장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도 4억 원은 든다. 창작 뮤지컬이 쉽지 않다"면서 "경제적으로 봐도 라이선스 공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 정서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PMC의 모토"라고 전했다.
한편 한 공연 관계자는 "너무 많은 작품이 뮤지컬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 PMC의 경우도 라인업을 많이 만들기 보다는 기존 작품의 내실을 더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MC는 내년 '난타2'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