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불펜 싸움’이 양팀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5회부터 시작된 불펜 투수 대결에서 승패의 명암이 엇갈렸다.
<빛> SK 윤길현
이른바 ‘욕설 파문’으로 데뷔 후 가장 힘겨운 정규시즌을 보낸 뒤 가을 잔치에서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SK가 3-2로 다시 앞서 나간 6회 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번 김동주와 5번 홍성흔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7회에도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정면 승부로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속아내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2이닝 동안 여섯 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려 다섯 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역투. 기록상 승리 투수는 정우람이었지만, 사실상 2차전에서 마운드 최고 수훈 선수는 윤길현이었다.
<그림자> 두산 임태훈(20)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 두 점 차 승리를 지켜낼 때만 해도 ‘겁 없는 아기곰’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라는 벽은 조금 더 높게 느껴졌나 보다.
2-3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첫 타자 김재현에게 볼카운트 1-0에서 한가운데 직구(시속 141㎞)를 던지는 바람에 뼈아픈 쐐기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다음 타자 박재홍에게도 볼넷을 허용한 뒤 쓸쓸하게 강판. 신인이던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던 자신감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