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알코올 중독자였다. 약물 복용 문제로 월드컵에서 퇴출됐다. 집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공기총을 쏴 감옥행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 세계에 마라도나의 아들이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사생활은 문란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악명높은 핸드볼 골을 터뜨렸다.
이같은 이력만 놓고 보면 도저히 일국의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에고 마라도나(48)는 세계 축구의 강호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마치 맥아더를 신으로 모신 무당이 한국에 있는 것처럼,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주술사가 있을 정도로 자국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션 1986년의 영광을 재현하라
마라도나는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바르셀로나(스페인)·나폴리(이탈리아) 등 클럽에서도 우승을 몰고 다녔다. 튀는 행동을 하면서도 동료를 자극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 맥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끈 이후 무려 22년간 월드컵 정상을 밟지 못했다. 그가 감독으로 다시 한번 정상을 이끌 것이라는 게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의 기대다.
▶그러나...
그는 우승뿐만 아니라 말썽도 몰고 다녔다. 나폴리 시절 코카인 흡입으로 15개월 선수 자격정지를 당했고, 1994년 월드컵에서는 약물 복용이 드러나 대회 도중 쫓겨났다. 1994년과 1995년 잠시 클럽팀을 맡았지만 지도자로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1986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감독을 맡았던 카를로스 빌라르도(69)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추대했다. 마라도나보다 21살이나 많은 대선배이자 스승이다.
▶내달 19일 데뷔전
마라도나는 내달 19일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다. 마라도나는 벌써 “테베스와 마스체라노를 만날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가 선수 때처럼 감독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