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국시리즈에서 팬들의 마음에 큰 여운을 남긴 선수 중 하나는 두산 김현수(20)다. 올 정규시즌에서 최연소 타격왕의 영예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는 극심한 부진과 불운이 겹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역대 정규시즌 타격왕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부진한 것은 김현수뿐만이 아니다. 공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단기전에서 그만큼 수위타자에 대한 상대 팀의 견제가 극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정규시즌 타격왕의 소속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 ‘타격왕의 한국시리즈 징크스’라 할 만하다.
수위타자가 그 해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사례는 올해 김현수가 11번째였다. 모두 정규시즌에서는 3할을 훨씬 넘는 고타율로 타격왕의 영예를 안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도 3할 이상을 때린 경우는 11번 중 단 3번에 그쳤다.
‘타격의 달인’이라 불린 장효조(삼성)도 86, 87년 한국시리즈에서 거푸 2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93년 양준혁(삼성)은 25타수 4안타(타율 .160), 2000년 박종호(현대)는 22타수 3안타(타율 .136), 2004년 브룸바(현대)는 33타수 4안타(타율 .121)로 리딩히터의 체면을 구겼다.
타격왕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결과는 우승 2번(2000년 박종호, 2004년 브룸바), 준우승 9번이었다. 결국 김현수가 올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타율 .048)로 부진하고 두산도 준우승에 그친 것은 ‘타격왕의 한국시리즈 징크스’가 또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고도 볼 수 있다.
91, 92년 타격왕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린 이정훈 전 LG 코치는 김현수의 부진에 대해 "상대 배터리의 바깥쪽 공략을 이겨내지 못하고 맞히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전혀 하체를 사용하지 못했다. 잡아당겨 치더라도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팬들은 김현수에게 비난보다는 안타까움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화섭 기자[myth@joongang.co.kr]
▷
2008 프로야구 MVP 대세는 김광현, 신인왕은 최형우 예약▷
SK “이왕이면 요미우리와 붙을래” 아시아 정상 향해 시동▷
김광현의 ‘빛나는 양복’과 정규시즌 MVP▷
“28억 못받았다” 히어로즈, 우리담배에 선전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