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해밀턴이 경기 전 여자친구인 푸시캣 돌즈의 니콜 쉐르징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Photo)
루이스 해밀턴(23·영국·맥라렌-메르세데스)이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그랑프리 2008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해밀턴은 3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18라운드에서 5위로 들어왔지만 종합 점수 98점으로 2위 펠리페 마사(브라질·페라리)를 1점 차로 제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흑인으로서는 첫 챔피언이자, 사상 최연소 종합 우승자가 됐다.
◆한 번의 비극과 한 번의 해피엔딩
극적인 우승이었다. 해밀턴은 지난 시즌에도 최종 라운드 전까지 단독 1위를 달리다 마지막 대회에서 키미 라이코넨(핀란드.페라리)에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도 6위 이하로 처졌더라면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끊은 마사에게 우승컵을 내줄 뻔했다.
4.309km의 서킷을 71바퀴 도는 305.909km 레이스에서 해밀턴은 예선 성적에 따라 4번째로 출발했다. 305km를 달리고 0.909㎞만을 남겨 놓았을 때 해밀턴은 6위, 마사는 1위였다. 이대로 몇 백미터만 가면 마사의 우승으로 시즌이 끝날 참이었다.
대반전은 빗줄기가 만들어 냈다. 레이스 막바지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앞서 달리던 티모 글로크(독일·도요타)는 우천용 타이어로 갈아 끼우지 않고 레이스를 펼쳤다. 300㎞를 넘나드는 스피드를 간신히 견뎌온 글로크의 타이어가 막판 한계에 도달했다. 마지막 바퀴, 마지막 코너에서 해밀턴은 거짓말 처럼 글로크를 추월해 5.4초 앞서 5위로 골인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금융위기의 시름을 잠시 잊고 해밀턴에게 축전을 띄울 정도로 섬나라는 환호했다.
◆해밀턴은 누구인가
해밀턴의 할아버지는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그레나다에서 영국에 건너온 이민자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아버지 안소니 해밀턴은 아들을 위해 부업을 해가며 뒷바라지를 했다. 6세 때 우연히 카트에 입문한 해밀턴은 2년 뒤인 8세 때부터 각종 카트 대회에 나가면서 재능을 보였고, 1998년 맥라렌의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뽑혔다.
2000년 무렵에는 각종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다. 이어 지난해 맥라렌의 드라이버가 됐고, 데뷔 첫 해 부터 무섭게 내달리며 우승의 문턱까지 갔다. 흑인이라는 점도 새로운 글로벌 마켓을 공략하는 F1 전략에 비춰 볼 때 매력 요소로 꼽힌다. 유럽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F1은 아시아-남미 등 전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4000만 달러의 사나이
지난해 말 맥라렌은 해밀턴과 2012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5년 간 연봉 총액은 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모델료 등 부가 수입을 더하면 연간 수입이 4000만 달러로 내외로 추산된다. 이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연봉(3000만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경력이 쌓이면 ‘F1의 전설’ 슈마허가 전성기 때 벌던 6000만 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로 F1 쪽에서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