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일부 농촌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먹는 것이 옻닭이었다. 옻닭을 먹으면 몸이 훈훈해져 매서운 겨울을 나기에 훨씬 수월했다. 옻칠에 사용하는 것과 똑 같은 옻이다. 옻에는 어떤 성분이 있으며 어떻게 먹어야 안전할까?
▲열 명중 한두 명 옻 올라
우리나라 사람 열 명중 한 두 명 정도가 옻을 먹거나 옻나무를 만지면 옻이 오른다. 피부가 가려워서 피가 날 정도로 긁는다. “옻 오르는 것만 빼면 옻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할 정도다. ‘기운이 없어진다’는 사람도 있다. 3~7일 지나면 이런 증상은 없어진다. 감초 다린 물을 마시거나 밤을 삶아먹으면 가려움이 덜 해진다. 그래서 옻닭에는 밤과 감초를 넣지 않는다.
옻이 오르는 것은 옻나무 수액에 들어있는 ‘우루시올’ 때문이다. 웅담과 같은 성분으로 항암•항산화•항균활성 효과가 있다. 옻칠은 세균이 분해를 못한다.
김일훈의 ‘신약’에서는 옻은 최고의 방부제•살충제로,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소화기 계통과 신장염•부인병을 다스리는 약재로 소개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중풍•요통•부인병•위장병에 옻을 처방했다. 수나라 양재가 복용했다고 알려진 ‘익다산’의 주성분이 옻가루(건칠)이다. 노루나 사슴이 초봄에 올라오는 옻순을 즐겨 먹는다. 도류 길선원 원장은 “옻순을 뜨거운 소금 물에 살짝 데쳐서 냉동시켰다가 겨울에 된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라고 말했다.
김달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몸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이 배꼽 주위다. 배꼽을 중심으로 반경 10㎝ 전후 좌후 온도 차가 심하면 복통이 생긴다.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우루시올을 배제한 옻 성분을 1개월 복용시킨 결과 통증이 줄었고, 3개월 장복하자 없어졌다. 좌우 손목의 맥박 강도 차이도 거의 같아졌다”면서 “체온을 올려주고 말초 혈액량을 늘려주는 효과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옻나무 주위의 땅 온도는 다른 곳보다 2~3도가 높다.
▲옻 안 오르게 먹는 법
옻 식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우루시올이다. 우루시올이 제거돼지 않으면 식용으로 판매할 수 없다. 우루시올을 무독화하기 위해 수액을 발효시키거나 껍질을 햇볕에 말린다. 우루시올은 휘발성이 있어 열을 가하면 일부 날아간다. 옻닭을 먹으면 옷이 덜 오른다.
지용우 ㈜옻가네(otabc.com) 대표는 10년 전에 종갓집 간장에서 발효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종갓집에서 간장을 담글 때 옻을 넣었다. 8개월이 지나면 가려움을 일으키는 성분이 없어졌다. 옻간장은 담근 지 3년이 지나야 먹는다”면서 “옻가네에서는 옻을 톱밥 같이 분쇄해서 1차 발효를 한 뒤 진액이 나오면 2차 발효를 한다.
이 발효액을 희석시킨 뒤 다양한 한약재를 넣어 상품화한다. 특히 만성피로를 없애주고 간 기능을 회복에 좋다. 희석액으로 옻닭을 조리하면 옻이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옻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것보다 약성을 보존, 추출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지 대표는 또 “우루시올은 우리나라 참옻나무에서 가장 많다. 수액의 60%가 우루시올이다. 일본과 중국 북방산은 50% 수준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중국 남방산이나 베트남산 옻나무에는 이 성분이 없다. 육안이나 맛으로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산지에 가서 참옻나무를 구입한다. 예전에는 옻나무 껍질만 사용했는데 옻나무의 다른 성분이 알려지면서 통째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