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발전 속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을 자랑해온 미국의 프로스포츠 산업에도 위기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 정부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세계 최대규모 자동차 메이커인 GM이 자동차 경주(NASCAR)의 2개 대회와 마스터스 골프 후원을 취소했다.
GM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는 세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 프로풋볼(NFL) 챔프전인 ‘수퍼보울’의 광고와 타이거 우즈 모델 계약까지 전격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투수 CC 사바시아에게 6년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2100억원, 1달러 1500원 환산)를 제시하는 호기를 부려 대조를 나타냈다.
최근 콜롬비아 대학 경제학과 선일 굴라티 교수가 ‘LA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내용이 미 스포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굴라티 교수는 경기 침체와 관련해 “의심할 필요 없이 스포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쓸 수 있는 수입이 줄어들면 소비도 감소한다”며 “스포츠는 필수품(necessity)이 아니라 사치품(luxury)”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펜실베니아 대학 ‘워튼 스쿨’의 켄 슈롭셔 교수도 2012년 올림픽 개최 도시인 영국 런던이 스폰서를 잡지 못해 경기장 건설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1984년 LA 올림픽 당시 기업의 스폰서십 비용이 평균 400만 달러였는데 금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무려 1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로 1억 달러를 낸 ‘존슨 앤 존슨’ 같은 회사도 불황에서는 스포츠에 거액의 지출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프로스포츠계는 경제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분위기이다. 프로농구(NBA) 사무국은 10% 직원을 줄이고 LA 지사 문을 닫았다. NFL은 플레이오프 티켓 값을 내려 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커미셔너가 주도해 관중 감소와 스폰서 이탈 가능성을 놓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LPGA는 상금과 대회 규모가 저절로 축소됐다.
한국의 프로스포츠계는 어떤가? 물론 관계자들 긴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IMF 시절 보다 더 나쁘다는 경제 위기가 왔는데도 여유만만해 보인다. 프로야구는 ‘히어로즈’의 생존에 대해 동업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만약 ‘히어로즈’가 사라지면 7개 구단으로 팬들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는 올시즌 5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열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신화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그리고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쿠바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내 르네상스를 자축했다.
그런데 한국이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WBC에서 일본 대만 등과 경쟁해야 하는 도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이기주의에 빠져 한국야구 발전이라는 대 전제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선 탈락이라는 치욕을 겪는다면 팬들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버림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