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심정수(33)의 은퇴는 야구 팬들에게 아련한 추억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이른바 ‘우동수 트리오’. 용병 타이론 우즈(39)-김동주(32)-심정수로 이어진 두산의 3∼5번 클린업트리오를 가리키는 말이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솥밥을 먹은 이들 세 명의 타자가 3년간 합작한 홈런 수는 무려 271개. 한 시즌 평균 90.3개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에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올해 두산의 팀 홈런 수가 68개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파괴력이 아닐 수 없다.
‘우동수 트리오’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2000년 서울 라이벌 LG와의 플레이오프다.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5차전에서 두산은 0-1로 뒤진 8회 말 우즈의 동점 2루타와 심정수의 투런 홈런으로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6차전에서도 2-4로 뒤진 7회 김동주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 차로 추격한 뒤 9회 2사 후 안경현의 동점 솔로포에 이어 연장 11회 초 심정수의 솔로 홈런으로 5-4 역전승,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1년 심정수가 현대로 이적하고 2003년 우즈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셋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올 겨울 ‘우동수 트리오’는 또다시 팬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심정수는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우즈는 올 시즌을 끝으로 주니치에서 방출돼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여 있다. 2년째 일본 진출을 시도하는 김동주는 지바 롯데와 계약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김동주마저 일본으로 떠난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우동수 트리오’의 자취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두산 팬들에게는 물론 한국 야구계에 즐거움을 안겨준 추억 하나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