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낭자들은 캐서린 헐(호주·2008년 LPGA투어 상금랭킹 13위)의 캐디 존 파월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기축년에 제일 먼저 해외 첫 우승소식을 전해 온 호주교포 사라 오(21·한국명 오세라)는 상대편 캐디의 터무니없는 룰 위반의 문제 제기로 하마터면 우승컵을 놓칠 뻔했습니다.
호주국가대표 출신인 사라 오는 이날 호주여자프로골프대회 'LG & 빙리여자오픈'에서 헐을 3타차로 제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 지난해 로라 데이비스(영국)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던 패배를 설욕했죠.
그러나 사라 오는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함께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헐의 캐디인 파월이 "오가 룰을 위반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경기를 마친 뒤 이를 판정하기 위한 회의가 소집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사태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파월은 "오가 12번홀(파3)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하기 직전 아버지 오주환씨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며 경기위원을 불렀죠. 갤러리로 따라나선 오의 아버지는 딸의 샷을 지켜보기 위해 벙커 가까이에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골프 규칙에 의하면 캐디만이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주환씨가 어드바이스를 했다면 룰 제8조 1항에 따라 2벌타를 받게 됩니다. 헐의 캐디는 아울러 오가 벙커에서 준비자세를 취할 때 스탠스를 "(의도적으로)구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또 위반했다면 룰 제13조 3항에 따라 2벌타가 부과됩니다. 모두 4벌타가 부과될 수 있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대회 경기위원장은 현명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고 규칙 심판원 그래험 나이팅게일은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는 사라 오의 주장을 근거로 규칙 위반이 없었다고 결정한 뒤 오를 우승자로 선언했습니다.
한마디로 캐디 파월은 '지능범'이었습니다. 상대 선수의 경기 흐름을 끊어 놓기 위해 일부러 룰 위반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헐은 "나는 경기 도중 오를 자극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존이 그냥 이의를 제기해보자고 한 것을 말릴 수가 없었다"고 실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