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47)와 배리 본즈(45) 등 메이저리그 투타의 전설이 약물복용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현역 최고 몸값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34·뉴욕 양키스)도 금지 약물을 복용한 정황이 들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8일(한국시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003년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SI는 '당시 조사에서 로드리게스가 양성반응을 보인 104명의 명단에 포함됐으며, 두 가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열(일종의 근육강화제) 약물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2003년은 로드리게스가 47홈런으로 3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리그 MVP까지 거머쥔 해다.
이와 관련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는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에 문의하라"며 확답을 피했다. MLBPA는 성명서를 통해 "2003년 조사는 절대 비밀로 붙여져 있고,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개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라며 SI가 정보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MLB 약물정책은 1991년부터 스테로이드를 금지하기로 했지만 2003년까지는 어떠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부터 선수노조와의 협정을 맺고 무작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기사의 진위는 파악되지 않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로드리게스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물을 복용한 88명의 전·현직 메이저리거의 명단이 들어 있는 '미첼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인 2007년 12월 로드리게스는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 복용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2005년 '약물에 취해'라는 자서전에서 현역 시절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하고 동료 선수들도 고발한 호세 칸세코는 "미첼 보고서에서 로드리게스가 왜 빠졌는지 알 수 없다"며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2001년 텍사스와 10년간 2억 5200만 달러의 대박을 터트린 로드리게스는 2004년 양키스로 이적했고, 지난 해 말 양키스와 2009년부터 향후 10년간 2억 7500만 달러의 메가톤급 재계약을 해 최고 몸값 선수임을 입증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553개의 홈런을 쳐내 배리 본즈의 통산 기록(762개)을 경신할 유일한 현역 선수로 지목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약물검사 실태는?
한국 프로야구는 약물로부터 안전할까. 한국에선 2007년부터 도핑테스트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전·후반기에 걸쳐 두 차례 검사를 실시했다.
방법은 3명으로 구성된 검사진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구단별로 3명씩 뽑아 검사하는 식이다. 지난해 6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가 약물 양성반응으로 퇴출 당하자 "등록 선수를 모두 테스트(전수검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부장은 "전수검사의 취지는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상 힘든 측면이 있다. 올해부터는 구단별 5명 정도로 피검사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외국인 선수들도 당연히 검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또 "지난해에는 베이징 올림픽 예선·본선으로 사실상 100명 안팎의 선수들이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는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WBC 엔트리에 오른 28명은 지난달 8일 유니폼 발표회 때 검사를 받아 모두 통과했다.
한편 양성반응 선수에 대한 제재는 1차(10경기 출장정지), 2차(30경기 출장정지), 3차(영구제명)로 강도가 높아지며, 1차에 걸린 선수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