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 증시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지수 1000선이 장중 붕괴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전날보다 24.96포인트(2.45%) 내린 993.85를 기록,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10시 현재 998.92) 증시가 폭락, 코스피지수가 1000선까지 밀리면서 과연 바닥이 어디일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려온 아이디(ID) ‘미네르바’(구속)의 극단적인 주가 전망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공간 아고라에서 활약했던‘미네르바’의 예언대로 500선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네르바의 예언은 “한국 500선, 미국 5000선이 올해 바닥이며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다” “부동산은 강남·북 모두 반토막, 2010년까지 불황이 이어진다” 등 이었다.
그는 다음 아고라의 경제 토론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지난 여름부터 200여 편의 글을 올렸으며 평균 조회수가 10만 건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특히 지난 여름에 예측했던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환율 급등, 주가 폭락 등이 맞아 떨어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의 예언대로 주가는 2일 뉴욕 시장에서 다우지수가 12년 만에 7000선을 무너뜨리며 6800선 아래로 떨어진 데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600원대(10시 현재 1589.0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998년 3월 13일 1521.00원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설의 원인을 미국발 악재와 국내 실물경제의 급속한 악화, 국내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 환투기세력, 대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화 가치, 정부 대응의 한계 등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이미 지난해 10월 30일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나온 바 있다. 당시 미네르바는 “이제 노란 토끼가 시작 된 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는 내년 꽃피는 봄이 되는 알거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말을 풀어보면 일본계 환투기 세력이 올 봄 한국외환시장을 공격해 달러를 빼내갈 것이라 경고라고 해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 불안에 따른 달러화 매수, 위험자산의 축소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으로 인한 엔화 매수, 이에 따른 원화 불안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네르바는 또 실물경기 위기에 따른 실업자 수 급증과 1/4분기 위기설도 제기했다. 1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업자 수는 2324만 5000여명으로, 2007년 같은 달보다 무려 1만 2000여명 감소했다.
신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실업자 수도 78만 7000여명으로 2007년 같은 때보다 5만 1000여명 증가했다. 실업률도 3.1%에서 3.3%로 0.2%포인트 상승했고, ‘청년(15~29세)’ 실업률도 0.3% 높아진 7.6%를 기록했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월 위기설은 특정 시점을 겨냥한 비관론적 예언이라기보다는 외환관리, 금융 및 부동산 정책에 관한 정부의 선제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라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위기설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
코스피 1000선 붕괴, 미네르바 예언 적중?▷
‘엔화 고공행진’ 100엔=1636.85원, 부담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