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 연극제 개막작인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에서 피카소의 첫 번째 부인 올가(서이숙)는 피카소를 향해 미친듯한 애증을 보인다. 결국 피카소에게 버림을 받고 비참하게 죽어간다. 천재 화가 피카소는 그의 네 여인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봄에는 꽃보다 연극이다. 4, 5월을 맞아 볼만한 작품과 배우들이 겨울 한파를 이긴 눈꽃처럼 무대로 쏟아져 나온다. 김성녀·박정자·손숙·윤석화·오현경·최종원 등 관록파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올해로 30년을 맞는 2009 서울 연극제가 역대 최고작으로 꼽은 아홉 작품과 개막작 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최고만 모았다, 서울 연극제
2009 서울 연극제(16일부터 5월 24일까지 39일간 아르코예술극장·예술의 전당·아르코씨티소극장 등)가 30주년을 맞았다. 과거 연극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 오랫만에 무대에 오른다. 암과 싸운 일흔 세살의 배우 오현경이 '봄날'에서 25년 만에 다시 아버지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흉가에 볕들어라' '불가불가' '한스와 그레텔' '길 떠나는 가족' 등 평소에 만나기 힘든 명작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개막작인 '피카소의 여인들'에선 피카소의 네 여자로 김성녀(재클린), 배해선(프랑소와즈), 서이숙(올가), 이태린(마리 떼레즈) 등이 네 가지 사랑을 보여준다.
연극계의 세 자매, 동시 출동
박정자·손숙·윤석화는 '연극계의 세 자매'로 불린다. 세 사람이 봄을 맞아 한꺼번에 무대에 선다. 우선 맡언니 박정자는 극단 산울림 창단 40주년 기념작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로 무대에 서고 있다. 희생적인 엄마와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는 딸의 갈등과 고뇌를 다룬 이 작품은 언제 보아도 감동의 물결을 전한다.
박정자와 이 작품의 호흡은 1991년 이후 무려 18년이나 된다. '손숙의 어머니'는 경상도 사투리와 애절한 연기로 우리 시대의 어머니를 정겹게 그려나간다. 손숙이 1999년 이후 20년 동안 어머니 역으로 출연할 것을 약속한 작품이다.
윤석화는 국내 초연작 '시간이 흐를수록'에 도전한다. 러시아 원작으로 2인극인 이 작품에서 매력적인 전직 배우 역을 맡아 중년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연극도 영화 원작으로?
최종원(59)이 배우 생활 40년 주년을 맞아 '기막힌 사내들'로 무대에 선다. 1992년에 초연됐으며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원작명 '아메리칸 버팔로')로도 알려진 작품이다.
17년 만에 똑같은 역으로 복귀한다. 연극 무대는 7년 만이다. 당시 원작의 제목을 바꾼 주인공은 최종원이다. 순전히 자비를 들여서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 '레인맨'도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임원희·이종혁 등이 출연해 영화와 다른 감동을 전한다. 뮤지컬 배우 김성기도 향후 이 작품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