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이시형 박사 “엔도르핀 아닌 세로토닌으로 활력 충전”
이시형(75) 박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정신신경전문의다. 한국인에게만 있다는 화병(火病)을 전세계에 소개했고, 30년 전엔 생활습관병인 고혈압·당뇨 등의 조기검진을 목표로 민간병원 주도로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 종합검진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인생 말기인 2007년 강원도 홍천에 자연성 회복과 건강 혁명을 기치로 ‘선마을-힐리언스’를 개관하고 오는 5월 ‘세로토닌 포럼’ 발족을 앞두고 있다.
휴대폰도 TV도 없는 선마을을 이 박사는 ‘세로토닌 캠프’라고 부른다. 이곳에선 일체의 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명상과 식생활 개선·사색·자연치유를 통해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 방어체력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다. ‘세로토닌 건강혁명’의 총본산인 셈이다.
엔돌핀 금단현상
그는 오늘의 한국을 단순히 경제 불황의 문제가 아닌 놀아드레날린의 과다, 엔돌핀의 금단현상으로 진단한다. 그는 “월드컵의 환희는 5000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엔돌핀은 중독이 크고 흥분 일색이다. 흥분 일색의 뇌를 식히고 격정적 환희인 엔돌핀에서 잔잔한 감동인 세로토닌 코드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가 강조하는 세로토닌은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3대 뇌내 신경물질인 놀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엔돌핀 중 하나다. “놀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공격성 물질로 폭력·파괴·스트레스를 부르고, 엔돌핀은 쾌적 호르몬으로 기분을 좋게 하지만 술·도박 같은 중독성이 있다. 이 둘은 과하면 안된다. 이것을 조절하는 게 세로토민, 조절 호르몬이다.”
30-30-30 운동
세로토닌의 또다른 중요한 기능은 활기와 생기·의욕의 원천이다. 신경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과 조울증에 빠지게 된다. 세로토닌의 분비 촉진을 위한 방법으로는 웃음이나 햇볕쐬기·명상·음악감상·여행 등이 있다. ‘배짱으로 삽시다’ 등 50여권의 저서를 펴낸 그는 최근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중앙북스)는 책을 펴냈다. 그는 “세로토닌은 또한 공부물질이기도 하다. 신피질을 억제해 명상 같은 집중과 잡념을 제거해 주어 기억력 향상 등 공부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5월 ‘세로토닌 포럼’을 개원할 목표로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지금까지 배운 뇌과학의 내공을 통해 산업화·생활화·문화화하여 전세계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엔 나우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앞으로 신발이나 드링크·T셔츠 등 세로토닌 문화운동도 펼친다. 내년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세로토닌 페어도 열 생각이다.
그는 일반인들에게도 30번 씹고, 30분 걸려 먹고, 30가지를 먹자는 30-30-30 운동을 비롯해, 하루 만보를 즐겁게 걷자, 태양광선을 쬐자 등 생활 속에서 세로토닌을 많이 배출하는 것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