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도전이라는 이 추상적인 단어에 가장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사나이는 누굴까. IS 일간스포츠는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를 지목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격투기의 메이저리그, UFC에 진출해 성공적인 데뷔승을 거둔 추성훈이다.
유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쓴 잔을 들이킨뒤 일본으로 돌아간 재일교포 4세 추성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따냈다. 2년 뒤엔 종합격투기에 입문했다.
한국에선 섹시한 사나이, 광고주들의 섭외 0순위, 일본에선 악당, 반칙의 사나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듣는다.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그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도전하는 격투가. 끊임없이 싸우는 인생이다.
추성훈의 인터뷰는 지난 8일. 도쿄 시부야에 있는 자신의 도장에서 IS와 단독으로 진행됐다. 50년이 넘은 건물들이 밀집한 구시가지에 6층짜리 신축 건물이 홀로, 그러나 당당하게 서 있었다. 건물도 추성훈과 닮았다. 3층 외벽에는 '팀 클라우드(Cloud) 아키야마 도장'이라는 현판이 보였다.
IS일간스포츠는 추성훈의 사랑과 싸움과 도전을 12일부터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에 앞서 추성훈의 결혼생활을 살짝 엿봤다. 그는 "더 열심히 살아서 남편으로서 진짜 존경을 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추성훈은 오늘 14일부터 사인회, 지인 방문 등 국내일정을 소화한다.
●결혼생활은 초보
추성훈의 매력은 섹시함이다. 덕분에 배우를 능가하는 상품성을 지녔다는 평가다. 미국인들 눈에도 추성훈은 섹시하게 보인 모양이다.
그는 UFC에서 '섹시야마(섹시가이+아키야마)'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추성훈은 "좀 창피하다. 오히려 친구들은 나를 '옛날 남자'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아, 정말 그런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며 쑥스러워 했다.
그는 지난 3월 일본의 톱모델 야노 시호(33)와 결혼했다. "남들처럼 재미있게, 가끔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도 하면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얼마 전 야노는 블로그에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이에 추성훈은 "아내가 직접 내게 그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웃으면서 "더 열심히 살면 남편으로서 진짜 존경을 받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테스토스테론이 차고 넘치는 링 위의 격투가 남편과 한 없이 섹시한 모델 출신. 결혼생활은 초보중 초보다.
●클라우드는 꿈이다
추성훈은 현재 벨처와의 경기에서 입은 안와골절상(눈 아래 뼈 함몰)이 완치되지 않아 다음 경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신 다음달 팀 클라우드 체육관 오픈을 앞두고 준비에 바쁘다.
그는 "여기서 내가 훈련하고, 후배들이 꿈을 꿀 것이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일반인들도 성별·국적·나이와 상관 없이 함께 땀 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추성훈은 평생을 편견과 증오에 맞섰다. 그는 "그것도 나 자신이다. 새롭지 않은가"라며 웃어 보였다. 그 미소 속에는 현실에서 마음껏 누리지 못한 자유심(自由心·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뜻으로 추성훈이 만든 말)을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나마 느끼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한국과 일본땅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추성훈이다. 그래서 그는 자유롭게 하늘을 떠 다니는 구름을 좋아한다고 했다. 도장 이름을 '클라우드(Cloud)'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추성훈 프로필
이름 추성훈(秋成勳)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秋山 成勳)
국적 일본(재일 동포 4세로 2001년 9월 일본으로 귀화)
출생 1975년 7월 29일, 일본 오사카
소속 팀 클라우드
신체조건 178cm, 88kg
MMA(종합격투기) 전적 16전 13승(5KO·7기권) 1패 2무효
등장 음악 사라 브라이트만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도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