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물기가 무섭게 머리 밑이 가렵다. 두 입 베어 무니 코끝에 송송 땀방울이 맺힌다. 세 입 째 입놀림을 하나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땀이 흐른다.’ 한 마디로 ‘맵다’다. 그냥 매운 게 아니라 엄청, 아니 무진장, 요즘 아이들 말로 ‘대빡’ 맵다.
변변하게 먹을 게 없다는 대구 지역. 그렇지만 한 입만으로 온 몸에 각인되는 강렬한 음식이 있다. 바로 찜갈비ㆍ복어불고기ㆍ떡볶이. 진짜 불같이 매운 신(辛)메뉴 삼총사다.
“대구 지방에 매운 음식이 발달한 것은 분지의 특징인 춥고 더운 날씨 때문이지요. 실제로 중국의 쓰촨성(四川省)이나 인도ㆍ태국같이 지역에선 매운 요리가 많거든요.” 세계식문화연구소 푸드컨설턴드 박연경소장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대구시 식품안전과 남중락 과장은 “매운 맛은 두어번만 먹으면 바로 중독이 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보니 대구 사람들이 매운 맛을 자꾸 찾게 돼 대구의 대표 메뉴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찜갈비
한식의 정식 메뉴에 갈비찜은 있어도 찜갈비는 없다. 그런데 대구엔 갈비찜 대신 찜갈비가 명품 메뉴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동인파출소 인근엔 10여개 전문점이 모여 동인동 찜갈비거리로 통할 정도다. 찜갈비는 쇠갈비를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시뻘겋게 끓여 낸 것이다.
고춧가루와 마늘의 매운 맛이 강해 고기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데 씹을수록 쇠갈비의 진한 맛이 우러난다. 압권은 찜갈비가 담긴 그릇, 다 찌그러진 양은 양재기다. 찜갈비보다 더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먹는 방법은 일단 술을 반주로 고기부터 먹는다. 갈비의 맛이 녹아있는 양념에 뜨거운 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따로 볶음밥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비빔 자체로 쇠고기의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매운 맛은 물김치와 백김치로 달랜다. 1인분에 1만1000~2만원.
▶복어불고기
뼈를 발라낸 하얀 복어 살을 고춧가루와 마늘 등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불판에 볶아낸 것이다. 한편으로 ‘담백하고 순한 맛의 복어 살을 굳이 이렇게 뻘겋게 만들어 먹어야 하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복어요리의 색다른 접근 방법에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역시 고춧가루와 마늘이 주재료여서 매운 맛이 무척 강하다. 몇 숟가락 입에 넣지 않았는데도 입안이 얼얼하다. 함께 들어있는 콩나물과 새송이버섯으로 입안을 달래지만 그 역시 양념이 짙게 배 있어 쉽지 않다.
“고춧가루는 100% 영양고추입니다. 마늘은 의성 것을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인위적인 매운 맛은 전혀 들어있지 않아요.” 복어불고기 메뉴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들안길 미성복어불고기의 2대째 사장인 이지명(28)씨의 얘기다. 복어는 은복을 사용한다. 대구의 대부분 복어요리집에서 취급하는데 가격 1인분에 1만원선.
▶떡볶이
중독성이 워낙 강해 ‘마약 떡볶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서울 사람들은 한 입 먹고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한마디로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 맛이다.
‘물 반, 떡볶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떡볶이가 매운 국물에 푹 빠져서 나온다. 매운 맛이 부족하면 고추장을 더 풀어먹으라고 대접 한 귀퉁이에 고추장을 더 발라내준다. 일인분 한 대접에 1000원. 웬만큼 매운 맛에 익숙해 있어도 한 대접을 혼자 다 먹는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젊은 손님들은 부족한 모양이다.
대구의 또 다른 명물인 납작만두를 추가 주문해 매운 양념국물에 빠뜨려 먹는다. 인원이 많으면 어묵 튀긴 것이나 군만두까지 등장한다. 매운 맛을 달래는 방법이 독특하다. 단맛이 강한 ‘쿨피스’란 가공음료가 동원된다. 1.5리터 한 팩에 1000원이다. 대구백화점 맞은편과 신천동에 인기 브랜드 떡볶이집이 몰려 있다.
★대구시는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EXCO 전시장에서 ‘대구음식관광박람회(Daegu Food Tour EXPO 2009)’를 연다. 대구에서 즐기는 맛의 축제를 주제로 약선 요리 전시회, 푸드 달인열전, 친절 서비스 시연대회, 향토요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돼 있다.053-601-5050.